매일 저녁 김모씨는 네 살 된 고양이 썸머에게 직접 주사를 놓는다. 한 달 전 썸머가 전염성 복막염에 걸리자 수소문 끝에 알아낸 주사 치료법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들었다는 복제약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유튜브로 주사 놓는 법도 배웠다. 문제는 복제약도, 자가 주사도 불법이라는 점이다. 김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혈액 검사지를 인증하니 수백명이 복제약 등 치료 정보를 나누고 있는 채팅방에 초대돼 놀랐다”고 말했다.
전염성 복막염은 코로나에 걸린 고양이에게서 발병한다. 고양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의 코로나19와는 다르며,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바이러스가 고양이 장에서 변이를 일으켜 전염성 복막염으로 발전한다. 고양이 복막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거의 10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 원장은 “고양이 코로나는 전염성이 높고, 감염된 고양이 10마리 중 1마리 정도에게서 전염성 복막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불법이라도 복제약을 사용하면 80%는 낫는다”고 전했다.
전염성 복막염에는 허가된 치료제가 없고, 해외 연구를 통해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된 약물(GS-441524 등)은 있다. 김씨가 구매한 치료제는 이를 불법 복제한 주사약이다. 복제약 종류는 갈수록 늘고 있고, 과거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판매됐는데 요즘엔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사이트까지 만들어 팔고 있다. 성분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치료 중 폐사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창희 경상대 수의과대 교수는 “전염성 복막염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험실 배양이 안 되다 보니 치료제 개발이 전무하고 백신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치료제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바이러스 표준주도 없어서 치료제가 개발된다 해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중국산 불법 복제약을 미리 사두고 몰래 맞히거나 팔기도 한다. 서울의 10개 병원에 문의한 결과 3곳에서 복제약이 있어 접종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중 한 동물병원 원장은 “수입업자가 따로 있어서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 중국산이지만 이전에 치료한 고양이들에게서 효과를 보여 괜찮다”고 말했다. 주사는 90일 동안 매일 맞아야 해 주사 치료비만 340만원 정도, 혈액검사나 엑스레이 비용 등을 합하면 금세 500만원이 넘어간다.
그럼에도 정체불명의 치료제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두 달 전 고양이 버들이를 구조해 복막염 치료를 하고 있는 은모씨는 “가족 같은 고양이가 불치병에 걸렸는데 합법, 불법을 따질 새가 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