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중심으로 독감에 메타뉴모 등 급성 호흡기 질환까지 확산하고, 코로나 확진자 수도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멀티데믹(multidemic)’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멀티데믹은 여러 가지(multi)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pandemic)하는 걸 뜻하는 합성어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8일 전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급성 호흡기 감염증’ 입원 환자는 1000명을 기록했다. 작년 이맘때(10월 3~9일) 471명과 비교해 2배 이상이다. 바이러스성 급성 호흡기 감염증은 접촉과 비말을 통해 퍼져 호흡기 전반을 침범하는 질병을 말한다. 이 중 메타뉴모 바이러스 입원 환자가 349명으로, 3주 전(214명)보다 63% 늘었다. 메타뉴모와 함께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분류되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입원 환자(309명)도 3주 만에 26% 증가했다. 작년엔 메타뉴모가 거의 없었지만 올해는 폭증세를 보인다. RSV도 올 초부터 누적 환자가 작년의 10배 정도로 늘었다.

메타뉴모는 주로 영·유아에게서 발생한다. 발열·기침·콧물 등 증상이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운데, 독감과 달리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어서 해열제 등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 대개 자연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악화하면 위험하다. 잠복기는 3~6일이며, 3주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다. 병·의원에서 유전자 검사로 조기 진단을 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통상 봄과 여름에 유행했지만 올해는 가을에도 늘고 있다.

RSV 역시 메타뉴모처럼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고, 영·유아가 걸리면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 폐렴·기관지염 등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호흡기 질환은 감염된 사람과 직접 접촉하거나 기침·재채기 분비물이 묻은 표면을 만지는 등의 과정에서 옮는다. 비누로 손을 자주 씻고 코·입·눈을 만지지 않아야 감염을 줄일 수 있다. 아이가 호흡기 이상 증상을 보일 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병·의원을 찾아가는 게 좋다.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 강화에 따라 호흡기 질환 감염 규모가 대폭 줄면서 감염 후 완치로 얻는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방역 조치를 잇따라 완화하자 호흡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감(인플루엔자) 의심환자도 지난 2~8일 외래 1000명당 7명으로 전주(7.1명)와 비슷한 수준에서 계속 유행 중이다. 이에 최근 이비인후과 등 동네 병·의원이 환자로 붐비고 있다.

18일 0시까지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는 3만3248명으로 전날(1만1040명)의 3배, 일주일 전(11일 0시·1만5466명)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늘었다. 닷새 연속 전주 대비 확진자가 증가했다. 다만 18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집계한 확진자는 2만8463명으로, 일주일 전 동시간대(2만9337명)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며 급증세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질환이 겹치면 중증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코로나까지 동시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초기 증상이 비슷해 혼란이 크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12월 초 코로나 재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독감과 코로나만이라도 백신으로 막고 가야 한다”면서 접종을 독려하고 나섰다.

독감 무료 접종은 만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고 20일부터는 만 65~69세도 받을 수 있다. 생후 6개월~만 13세 어린이와 임신부도 지금 받을 수 있다. 이 밖의 연령대는 1만5000~5만원 선에서 유료 접종이 가능하다.

현재 진행 중인 동절기 접종에 쓰이는 코로나 백신은 최초 코로나 바이러스인 우한주와 오미크론 BA.1 변이에 대응해 개발된 ‘1차 개량 백신’인데, 유행 중인 다른 오미크론 변이들에도 효과가 있다.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 등은 홈페이지(ncvr.kdca.go.kr), 콜센터(1339), 주민센터 방문 등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18세 이상 성인도 당일 네이버·카카오 잔여 백신 검색이나 병·의원에 전화 예약을 통해 접종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독감 백신과 코로나 백신은 같은 날 왼팔과 오른팔에 각각 맞으면 된다”고 권고했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유행 중인 오미크론 변이(BA.4와 BA.5)에 대응하는 화이자의 ‘2차 개량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을 결정했다. 2차 개량 백신을 사용한 접종 계획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