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날… 앉을 사람이 없네요 - ‘임산부의 날’인 10일 서울 지하철 5호선 내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다.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어린이집과 산부인과 등 출산·육아 관련 시설도 줄어들고 있다. /박상훈 기자

A(57)씨는 경기도에서 30년간 운영한 어린이집을 지난해 2월 문 닫았다. 원아 정원 40명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운영비의 85%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급한 대로 남편 월급으로 돌려 막고 대출도 알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A씨는 “계속된 저출산으로 아이가 줄어들어 가뜩이나 어려움이 겹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부모까지 늘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며 “주변에 처지가 비슷한 어린이집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육 최전선’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이 매년 1900여 곳씩 사라지고 있다. 10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4만238곳이던 어린이집은 올해 8월 현재 3만1099곳으로 4년 8개월 동안 9139곳 줄었다. 지성애 전 한국유아교육학회장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20명 규모의 가정 어린이집이 많이 폐원하는 추세”라며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저출산 기조”라고 말했다. 국내 영유아(6세 미만 취학 전 아동)는 2017년 145만243명에서 지난 8월 기준 105만4928명으로 줄었다. 5년 새 39만5315명(27.3%) 감소한 것이다. 인천 부평구에서 33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강모(32)씨는 “주변에서 한때 큰 유치원이었던 4층 건물에 이제는 노인요양보호센터가 자리 잡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실감 난다”고 말했다.

전국 어린이집 수

시도별로 어린이집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경기도로, 5년간 1만1825곳(2017년)에서 9495곳(2022년 8월)으로 2330곳(19.7%)이 사라졌다. 경기도의 영유아는 같은 기간 39만4882명에서 31만9088명으로 7만5794명(19.1%)이 줄었다. 둘째로 어린이집 감소가 많은 서울은 5년간 1477곳이 사라지고 영유아 7만1528명이 줄었다. 김영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경기지역 분과장은 “수도권이 어린이집 수가 가장 많고 폐원도 가장 많다”며 “특히 경기도는 신혼부부가 주로 첫 살림을 시작하는 지역이라 영유아 보육 수요도 이들의 동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도 어린이집 감소에 한몫했다.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코로나에 감염될까 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한 해에만 총 3237곳이 폐원했다. 지성애 전 회장은 “코로나 시기 정부에서 만 0~5세 아이를 둔 가정에 매월 10만~20만원씩 ‘가정 양육 수당’을 지원하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 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공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2017년 3157곳에서 2021년 5437곳으로 2280곳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민간 어린이집은 3442곳, 가정 어린이집은 5765곳 줄었다.

그나마 정부는 내년도 공공 보육 예산을 올해보다 약 120억원 적게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예산을 올해 609억300만원에서 내년 491억7000만원으로 19.3% 삭감했다. 어린이집 설치 예산이 6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5년 만이다. 기존 어린이집의 증·개축과 개보수를 지원하는 ‘어린이집 기능 보강’ 사업도 38억5900만원에서 34억7300만원으로 10% 줄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이 줄어든 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 집행의 효율성을 도모한 것일 뿐”이라며 “내년에 국·공립 어린이집 수를 540개소 확충할 예정으로, 올해 확충한 552개소와 비교해 거의 줄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