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거리에서 허리를 굽히고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거리를 헤매는 마약 중독자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0~20대도 끼어 있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원흉은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로 알려져 있다. 펜타닐도 그 계열 진통제 중 하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2021년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10만306명 중 4분의 3이 오피오이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대유행기 스트레스와 고립을 겪으면서 약물에 의존한 게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피오이드는 과거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미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2015년 마약성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5만2404명인데 그중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이 63%(3만3000건)나 됐다. 미 행정부가 ‘오피오이드와 전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시기 오피오이드 처방이 급증한 원인은 1990년대 통증이 심각한 의학적 문제로 취급되는 분위기 속에 제약회사들이 로비 등으로 처방 범위를 넓히며 대중화시켰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이 의사를 고용해 오피오이드를 대량 불법 처방하는 클리닉을 개설하는 수법으로 오피오이드 불법 유통을 부추기기도 했다.

뉴욕에서는 의사 1명이 2013~2017년 5년간 220만개 오피오이드를 환자들에게 처방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워싱턴주에선 2000년 이래 17년간 1만여 명이 오피오이드로 사망했다.

오피오이드 사태는 미국 내에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 제약회사와 지자체 간 소송 중 가장 큰 건이 260억달러(약 30조원) 규모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최근 오피오이드 중 가장 대중화된 ‘펜타닐’이 ‘요주의 약물’로 떠오르고 있다. 미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노라 볼코 소장은 “최근 오피오이드 사망자 대부분이 25~54세 연령대에서 발생해 향후 미국 사회가 직면한 큰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