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예쁜 눈! 자연 유착 쌍꺼풀 50만” “당일 회복, 원데이(One day) 가슴 성형 249만” “급하게 찐 살 급하게 빼자, 대용량 지방 흡입 89만”.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성형 관련 의료 온라인 플랫폼 ‘강남언니’에 올라온 성형외과병원 광고 문구다. 한국 내에서만 회원이 380만명. “‘강남언니’ 모르면 외모에 관심 없는 것”이란 말까지 나오는 서비스다.
원래 미용 시술이나 성형 수술 가격은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 걸어 확인해야 하는 항목. 그런데 이 ‘강남언니’에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 성형·미용 소비자들이 “편리하다”면서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그런데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줄기차게 불법이라고 항의하며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정부가 잇따라 ‘강남언니’ 손을 들어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의료 기관이 관련 플랫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非)급여 진료비를 공개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는 법령 유권해석을 새로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같은 판단을 내린 데 이어 두 번째다. 이에 의협은 8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경제 규제 혁신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진료비 경쟁이 심화할수록 질 낮은 박리다매식 의료만 범람하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강남언니 앱에 접속하면 눈·코·가슴 등 부위별 성형 수술, 지방 흡입·이식, 피부과 시술 등을 다루는 병원 목록이 뜨고 해당 의료 기관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구체적 시술 내용과 함께 이용자들 후기와 시술 전후 사진까지 확인할 수 있다. ‘XXX 원장님께 비절개 눈매교정·밑트임(눈 아랫부분을 덮고 있는 지방층을 절개해 눈을 커 보이게 하는 수술) 받았더니 자연스럽게 눈이 커졌습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갈 때마다 불편했습니다’ 같은 식이다. 마치 음식 배달 앱과 비슷하다.
현행법에도 의료 기관이 비급여 가격을 공개할 수 있다. 다만 해당 병원 홈페이지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강남언니는 이 홈페이지를 다 한데 모아 놓은 셈이다. 병원 1700여 곳이 가입되어 있는 이른바 ‘의료 플랫폼’이다. 의료계는 이런 플랫폼에서 병원들이 박리다매 가격 경쟁을 하면 질 낮은 의료 서비스가 양산되고 과장된 광고성 후기로 소비자들이 결국 손해라고 주장한다.
의협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반대하는 한편, 강남언니 등 온라인에 올라온 병원 홍보 게시글도 ‘의료 광고’로 보고 관련 협회 산하 자율 심의 기구 사전 심의를 받도록 법령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이 같은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지금은 하루 방문자 10만명이 넘는 대규모 온라인 사이트 등에만 사전 심의를 받도록 했는데, 이 대상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의협은 시술 전후 사진 등 비교나 이용 후기도 ‘의료 광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병원 소개나 위치 등을 광고할 순 있지만 구체적인 진료 방법, 진료비 등은 소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진 비교나 후기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필요한 사람들이 적절한 가격에 누구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의료 플랫폼은 지나친 상업화와 가격 경쟁을 부추겨 필요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도 남용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협 주장이 결국 소비자들 편익보다 병원들 이익을 먼저 고려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강남언니 측은 “사전 심의를 강화하는 데 몰두하기보단 심의 규정을 더 명확하게 확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할 방법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알 권리 강화를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중요하다”면서 “다만 새 유권해석을 낼 때 의료 기관이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단서를 달아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강남언니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변호사 업계와 온라인 법률 서비스 ‘로톡’ 간 분쟁, 의약업계와 약 배달 서비스 ‘닥터나우’ 갈등에 이어 전통 산업과 스타트업 간 힘겨루기가 성형 산업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