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형태로 계속되는 가운데, 올겨울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10~11월에 본격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독감에 대한 국민의 면역이 저하된 탓에 올겨울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기승을 부리는 ‘트윈데믹(twindemic)’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35주 차(8월 21~27일)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4.3명으로 3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32주 차 3.3명에서 33주차 3.7명, 34주차 4.2명으로 늘었다. 35주 차 의심 환자 4.3명은 2017년 비슷한 시기의 5.2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연령별로는 1~6세와 7~12세에서 유행 판단의 기준(1000명당 5.8명)보다 많은 5.9명 발생했고, 13~18세에서도 5.6명에 달했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38도 이상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태풍으로 임시선별검사소 일시 중단 -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광주 서구 5·18민주화운동교육관에 마련된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태풍에 대비한 안전 조치를 한 후 이날부터 이틀간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의 거리 두기 완화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에 따라 올겨울 독감이 한층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년간 독감 감염이 적다 보니 그만큼 자연 면역을 가진 인구가 줄었고 고령층을 중심으로 해온 독감 백신 접종도 6개월 이상 경과되면 항체가가 떨어진다”며 “올겨울 코로나와 함께 독감 유행이 강하게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본격 독감 유행 시작 시기로 예년의 11~12월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진 오는 10~11월을 전망했다. “통상 6개월 뒤 북반구의 유행 상황을 반영하는 남반구의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지난 4~5월부터 강하게 시작됐다”는 것이다.

독감도 코로나처럼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 비말에 의해 감염된다. 독감에 걸리면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전신 근육통과 쇠약감이 심하게 나타나며 기침, 인후통, 객담 등 호흡기 증상도 보인다. 임상 현장에서는 독감 쪽이 갑작스러운 고열로 치솟는 경우가 좀 더 많고, 코로나는 미각 상실이나 인후통이 뚜렷하다는 얘기가 많다.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마다 증상 정도가 다르고 무증상 감염도 존재하는 등 일반인이 독감과 코로나를 판별하기는 상당히 힘들다”며 “(일선 병·의원의) 코로나 검사가 가능한 호흡기환자진료센터에서는 통상 플루(독감) 검사 키트도 보유하고 있으므로 병·의원 방문 후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은 건강한 성인이 감염된 경우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증상 발현 후 5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며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년 유행 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독감은 통상 이듬해 4~5월까지 유행이 이어지므로 10~11월이 지나 다소 시기를 놓쳤더라도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접종 후 2주 정도 경과하면 항체가 형성되며, 효과는 6개월 정도 유지된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은 같은 날 맞아도 관계없다는 국제 연구가 나와 있다”며 “올겨울 오미크론용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을 각각 접종할 경우, 의료 현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방역 당국이) 둘을 연계해 정교한 접종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어린이, 임신부, 고령자 등에 대한 독감 무료 국가 예방접종이 오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생후 6개월~만 13세 어린이 중 1회 접종 대상자는 10월 5일부터, 6개월~만 9세 미만 가운데 접종이 처음이거나 기존에 1회만 접종받아 이번에 2회 접종 대상으로 분류된 경우는 9월 21일부터 각각 접종 가능하다. 어린이 독감 접종은 내년 4월 30일까지이며, 해당되는 접종 횟수를 모를 땐 의사와 상담하면 된다. 임신부는 독감 감염 시 폐렴 등 합병증 위험과 사산, 조산 등 위험이 높아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이 독감 예방접종을 권고한다. 임신 주 수에 관계없이 10월 5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1회 접종 가능하다. 고령자 중 만 75세 이상은 10월 12일부터, 만 70~74세는 10월 17일부터, 만 65~69세는 10월 20일부터 각각 연말까지 1회 접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