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으로 매달 177만원(연 2124만원)을 받고 있는 은퇴 생활자 A씨는 “늙어서 애들한테 손 벌리는 게 싫어서 조기 노령연금도 마다하고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5년 늦춰 수급액을 늘렸다”고 했다. “그런데 연금 수령액이 1년에 2000만원을 넘기게 됐다고 건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건보료로 연간 420만원을 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법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지 않았다면 연금 수령액이 연간 2000만원이 넘지도 않고, 피부양자 탈락도 안 됐을 텐데, 화가 난다”며 “노후에 연금만으로 살아야 하는 은퇴자들에게 건보료 연 400만원은 가혹하다”고 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에 따라 소득 요건이 강화되면서 연간 2000만원(월 167만원) 넘게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2689명이 그간 유지해온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됐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10만5516명)과 군인연금(1만1055명), 사학연금(1만931명), 별정우체국연금(707명) 등 공적 연금을 받는 수급자 13만898명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오는 26일부터 건보료를 내야 한다. 다른 소득이 없이 오로지 공적 연금만 월 167만원 이상 받고 있더라도 연간 2000만원 소득을 초과해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보 부과 체계를 개편한 것은 부담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토록 해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소득과 재산이 충분히 있어도 직장인의 가족으로 얹힌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았지만, 연 소득 100만원~120만원 이하로, 소득과 재산이 적은 상당수 지역가입자는 연간 소득의 20%가량(20만2015원)을 보험료로 부담해와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건보 공단은 “피부양자 중 소득 기준 상위 1.5%에 해당하는 고소득 피부양자가 이번에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167만원 초과되는 연금 수급자는 대부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가입자”라고 했다.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변경된 이들은 월평균 14만9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급격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줄여주기 위해 4년에 걸쳐 1년 차 80%, 2년 차 60%, 3년 차 40%, 4년 차 20% 등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경감해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