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너무 빨리 다시 찾아왔다.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고, 방역 당국은 8일 코로나 유행이 재확산 단계로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올가을쯤으로 예상됐던 재확산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만9323명으로 지난 5일부터 나흘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에 근접했다. 이런 규모의 하루 확진자가 나온 건 5월 말 이후 이번 주가 처음이다. 확진자 수가 일주일 전 같은 요일보다 2배씩 늘어나는 ‘더블링’(doubling)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7월3~8일) 일 평균 확진자 수는 1만5277명으로, 전주 같은 기간(6월 26일~7월 1일) 8193명에 비해 86.5% 증가했다. 향후 유행 정도를 가늠하는 감염재생산지수(1 미만이면 감소, 넘으면 확산)는 최근 매주 증가해 지난주에 1.05가 됐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가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재유행이 현실화하자 정부는 오는 13일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병상 확보 등 의료 대응 체계 변화, 4차 예방 접종 확대 등 방안이 우선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이 “각종 방역 조치들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변경한다면 어떤 식으로 변경할 수 있을지 발표하겠다”고 밝혀 지난 4월 해제된 사회적 거리 두기 재도입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올가을쯤부터 재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BA.5′의 전파력이 예상보다 강한 데다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으로 인한 면역력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확산세를 앞당기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8일 코로나 재유행 시기가 앞당겨진 이유와 관련, “여름철 유행이 좀 더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예방 접종에 대한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력 문제, 여름철 인구 이동 증가, 냉방을 통한 실내 활동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BA.5는 5월 중순 국내에 처음 유입됐을 당시만 해도 눈에 띄는 확산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6월 2주 차 1.4%에서 3주 만인 지난주 28.2%로 검출률이 급증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BA.5의 전파력이 이 정도로 강력할 것으로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며 “전파력이 원조 코로나(우한종)의 7~8배, 원조 오미크론보다 50% 이상 높고 감염병 중 가장 전파력이 강하다는 홍역보다도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다음 주쯤 국내에서 ‘우세종’(검출 바이러스의 50% 이상 차지하는 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BA.5는 기존 오미크론 변이를 누르고 우세종이 됐다. WHO(세계보건기구) 집계 결과, 전 세계에서 검출된 코로나 변이 가운데 BA.5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22주 차 14.2%에서 25주 차 51.7%로 3배 이상 뛰었다. 우리 방역 당국은 “BA.5의 빠른 우세화로 재확산 시기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와 확진세 급증을 맞이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름에 시작된 재유행이 9월쯤 정점에 이르고 잠시 소강상태에 이른 뒤 다시 겨울부터 본격적인 대유행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7일 “코로나 재유행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7일 신규 확진자(4만7977명)가 일주일 전 대비 약 2배로 증가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12만명 수준인 미국에선 BA.5가 50% 이상을 차지하며 우세종으로 올라섰다. 뉴욕타임스는 7일 “BA.5가 미국에 새로운 확산을 몰고 올 조짐”이라며 “신규 확진자와 입원 환자의 대규모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과 이스라엘도 BA.5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각국의 출입국 규정 완화와 해외 여행객 증가로 해외 유행세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 방역 당국이 확산세를 잠재울 수 있는 뾰족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말로는 ‘과학 방역’을 외치면서 미리 제대로 된 준비·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이 오는 13일 ‘하절기 재유행 대응 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쓸 만한 대책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세 이상의 4차 접종률(31.4%)이 여전히 낮은 상황인데, 일단 코로나 검사 역량을 최대한 확대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고 고령자 등의 중증화·사망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방역 대책은 국민의 반발이 크고 지금은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시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량 백신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올가을 추가 접종을 하고 중환자 병상과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해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