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저출산 여파로 올해는 ‘연간 출생아 수 25만명 선’마저 위태로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매년 태어나는 아기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2020년 ‘출생아 30만명 선’이 무너졌는데, 2년 만에 25만명 선마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 의료 기관 분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산부인과 등 의료 기관에서 신생아를 분만한 산모는 8만1454명으로 역대 최저다. 조산원이나 자택에서 아기를 낳은 경우는 뺀 숫자다. 그러나 산모 대부분이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출산한다는 점, 최근 4년간 의료 기관 분만자 수와 연간 출생아 수(조산원·자택 분만 포함) 사이에 1% 이내 오차만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 기관 분만 건수는 그해 출생아 수를 미리 보여주는 핵심적인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할 경우, 올해 출생아는 역대 출생아 수가 가장 적었던 작년(26만500명)보다도 적은 25만명 안팎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작년 같은 기간(1~4월) 출생아 수(9만2800명)보다도 1만명 이상 적은 상황에서,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출생아 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이 집계한 월별 출생아 수는 1~4월이 전체의 35%를 차지해 가장 많다. 자녀 취학 시기 등을 이유로 연말에 아기 낳는 계획을 꺼리는 산모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5년(2016~2020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투입한 예산은 150조원에 달하지만 출산율은 뒷걸음치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40만명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 처음 30만명대로 주저앉았고, 3년 후인 2020년(27만2337명) 30만명 선이 무너졌다. 그리고 2년 만에 25만명 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저출산 흐름 속에 코로나 유행 기간 혼인 건수가 급격히 감소(2019년 23만9159건→2021년 19만2507건)한 것이 올해 출생아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출생아가 줄면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급격히 감소해 사회 전체의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노후 부양 부담이 커진다. 통계청은 지금 같은 저출산이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 3738만명(전체 인구의 72.1%)에서 2050년 2419만명(51.1%)으로 30년간 1319만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5만명(15.7%)에서 2050년 1900만명(40.1%)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사실상 우리 국민 2명 중 1명만 생산 활동에 기여하고 나머지는 고령 등의 이유로 쉬는 사회가 된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대학생이 결혼하고 임신을 하는 10여 년 후에는 출생아 수가 더 크게 줄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출생아 수가 처음 40만명대로 급락했던 2002년 출생아들이 본격적으로 출산하게 되는 2032년 이후에는 출생아 수 20만명대도 무너져 10만명대 추락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트위터에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인용하면서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population collapse)를 겪고 있다”고 했다.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 인구는 3세대(약 100년) 안에 현재 인구의 6%(330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고 대부분 60대 이상이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주택, 양육 부담 문제로 청년들이 혼인·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금방 개선되기 어려워 당분간 어떤 정책을 펴도 출생아 수가 늘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초(超)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충격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산업 구조를 비롯한 국가 체계를 미리 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