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강수연씨의 갑작스러운 별세 원인은 이른바 ‘뇌 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뇌출혈인 것으로 나타났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한국 영화의 큰 별 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8일 강씨 입원 병원 관계자와 119구조대 출동 등 정황에 따르면, 강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세로 심정지 상태가 돼 병원에 실려갔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를 싸고 있는 지주막 아래 공간으로 피가 퍼지는데, 그 양이 많으면 호흡을 관할하는 중뇌를 압박해 호흡 부전과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다. 병원 뇌 영상 검사에서도 많은 양의 뇌출혈과 함께 뇌에 저산소증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씨는 뇌출혈이 오기 전 심한 두통으로 119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 간혹 전조 증상으로 소량의 피가 새면서 두통이나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 강씨도 이에 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씨는 뇌에 저산소증 손상이 심해서 뇌수술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혈관 틈으로 혈류가 들어가 혈관 한쪽이 혹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유전적 요인과 흡연, 고혈압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의 2~5%가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60대 이후지만, 30~40대에서 무증상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988년 45세에 뇌동맥류 파열이 있었고 수술로 생명을 건진 바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중년 이후에는 뇌혈관 CT나 MRI 검사로 뇌동맥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권장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겼을 때는 신속하게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뇌동맥류가 발견됐을 때는 모양과 위치, 위험 요인 등을 감안해 뇌동맥류를 파열 전에 제거하는 예방적 시술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