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동부 보슬루러스 상점을 찾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퍼지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BA.4와 BA.5)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BA.1) 감염 후 또는 백신을 맞아 생긴 면역을 피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남아공 아프리카보건연구소·국립전염병연구소 등 남아공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이런 연구 결과를 의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했다.

연구는 BA.1 감염 경력이 있는 만 10~69세 성인 39명을 대상으로 했다. 39명 중 24명은 백신 미접종자, 15명은 접종 완료 후 오미크론 변이로 돌파 감염을 경험했다. 연구진은 이들 피를 뽑아 BA.4와 BA.5 변이 바이러스를 넣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다. 백신 미접종 상태로 오미크론 자연 감염만 겪은 실험군은 BA.4 변이에 노출되자 평균 중화 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 측정값이 275에서 36으로 감소했다. 13.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BA.5 변이도 측정값이 275에서 37로 줄었다. 백신 접종 후 돌파 감염된 집단은 BA.4와 BA.5 변이에 대한 평균 중화 항체 측정값이 30%대로 떨어졌다. 종전 측정값은 507이었으나, BA.4 변이를 투여하자 158(31%)이 됐고, BA.5 변이엔 198(39%)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BA.4와 BA.5 변이는 새로운 대유행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남아공에선 BA.4와 BA.5 변이가 우세해져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하루 확진자가 4146명을 기록했는데, 한 달 전(3월 28일) 581명의 7배다. 남아공은 최근 1주일간 새 확진자의 70% 이상이 BA.4와 BA.5 변이 감염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로운 변이는 남아공 외 미국·영국·독일·덴마크·뉴질랜드 등 다른 대륙에서도 확인됐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검출 사례가 없다.

WHO는 4월 11일 BA.4와 BA.5를 ‘위협 변이’ 관찰 목록에 추가하며 면역 회피성 등 새로운 변이에 대한 추적을 시작했다. 마리아 반 케르호브 WHO 코로나 기술팀장은 “사례가 추가되면서 분석이 바뀔 순 있지만, 지금까진 BA.4와 BA.5가 오미크론 변이보다 더 전염성이 있거나 치명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남아공에서도 사망자와 중환자 증가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