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임시 선별검사소 철거 - 22일 서울광장 코로나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작업자들이 시설을 철거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규모가 줄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을 중단하고, 임시검사소 기능을 전국 638곳 선별진료소로 통합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넘게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던 김모(83)씨는 지난 1월 병원 안에서 코로나에 감염됐다. 자가 호흡이 어려운 상태가 되자 20일간 격리 중환자실에서 코로나 증상과 암 치료를 동시에 받아야 했고, 그 뒤 격리 해제가 이뤄지면서 일반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2주 후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김씨 사망은 코로나와 관련이 있지만 공식적으론 정부 ‘코로나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격리 해제 후 2주 이상 지났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코로나 사망자에게 정부가 주는 위로금도 받지 못했다. 사망 진단서에도 사인(死因)은 암과 다발성 장기 부전이라고 적혀 있다.

코로나 사망자 외에도 격리 해제 후 후유증으로 숨지거나 코로나 환자에게 집중하느라 의료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사망하는 기저질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흔히 ‘초과 사망(excess death)’으로 부르는 개념이다.

통계청이 최근 잠정 집계한 올해 1월 2일~2월 26일 국내 사망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주간 기준)과 비교해 6297명 많았다. 이 기간 코로나 사망자가 작년 대비 1609명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非)코로나 사망자가 4688명 늘어난 것이다. 증가 규모가 코로나 사망자 증가 폭의 3배에 달한다. 그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하다. 통계청이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사망자 규모에서 (전년 대비) 초과 사망자 규모는 2월 마지막 주 1717명, 3월 첫 주 2349명으로 델타 변이 유행으로 초과 사망이 급증했던 작년 12월 넷째 주 1294명을 추월했다. 아직 사망 신고가 완전히 접수되지 않은 상태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3월 중순부터 코로나 사망자가 대거 쏟아지면서 3월 전체 초과 사망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 2월 다소 성급하게 방역 완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오미크론 대유행, 이에 따른 사망자 급증을 낳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시 정부는 오미크론 치명률이 낮다는 이유로 방역 고삐를 풀었는데 초과 사망자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가 이보다 훨씬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식 집계로만 누적 1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초과 사망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는 코로나 유행 여파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 정확히 밝혀 국민들이 상황을 직시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일 신규 확진자는 10만명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감소세가 뚜렷하다. 다만 유행 규모가 줄어든 것과 별개로 검사 건수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 최근 1주(4월 15~21일) 하루 평균 검사 수는 18만건으로 지난주 22만건, 2주 전 34만건, 3주 전 46만건에 비해 급감했다. 반면 코로나 사망자는 21일 기준 206명으로 지난 16일(203명) 이후 100명대로 내려갔다가 5일 만에 다시 반등했다. 21일 사망자 중 83.5%(172명)가 7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중증 환자 수도 833명으로, 6일째 800명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중증 환자와 사망자 감소세가 더디면 의료 체계 부담으로 인해 초과 사망자가 더 많이 양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코로나 사망자보다 많은 ‘초과 사망’

지난 1~2월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주간 하루 평균 3000명대에서 14만명대까지 폭증하자 사망자가 대폭 늘었다. 코로나 사망 외에 코로나 여파로 초래된 초과 사망도 대거 늘어났다. 지난 1월 2일~2월 26일 국내 사망자 수(잠정)는 5만4686명. 작년 동기(4만8389명) 대비 6297명(13%) 많았다. 이 기간 코로나 사망자는 2250명으로 전년 동기 641명과 비교해 1609명 늘었는데 비(非)코로나 사망자는 4688명 늘어난 것이다. 고령층이 ‘약한 고리’였다. 65세 이상 사망자는 4만4477명으로 작년(3만8233명) 대비 16.3%, 85세 이상은 1만5326명에서 1만8871명으로 23.1% 뛰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사망’을 코로나 격리 기간 중 사망하거나, 사망 후 코로나 감염이 확인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 격리 해제 이후 사망은 코로나가 사망 원인이라고 의사가 판단하는 경우만 포함한다. 그런데 고령층 확진자가 집중됐던 요양병원에선 격리 해제 후 건강 상태가 악화돼 숨지는 고령자가 많은데도, 코로나와 연관성이 불분명해 코로나 사망자 통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코로나 치명률이 실제보다 낮게 집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훈 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코로나 격리가 끝난 뒤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1~2주 지난 뒤 사망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면서 “지난달에도 우리 병원에서 5~6명이 코로나 감염 여파로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되지만 코로나와 연관성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80대 여성 A씨도 3월 말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격리 해제된 후 이달 5일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는데, 입원 다음날 오전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격리 해제 당시 코로나 증상이 호전됐던 터라 코로나 사망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노 위원장은 “격리 해제된 고령층 관리에 대한 정부 지침도 미흡하다”며 “이들 사망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격리 해제 후 사망 많은데 무방비”

코로나 전담 중환자실 입원 기간을 20일로 제한한 방침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중환자실 환자는 20일이 지나면 격리 해제돼 퇴원해야 한다. 치료가 더 필요하면 일반 중환자실이나 일반 병실로 옮겨야 한다. 입원 기간을 줄여 중환자 병상 가동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 치료가 필요한 코로나 환자의 경우 이동 과정에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간 뒤 3~4주 지나 사망하면 코로나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아 ‘착시 현상’을 부르기도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인이 기저질환 악화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호흡기 문제나 합병증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데 코로나 사망에서 제외하다 보니 상황을 덜 심각하게 보이게 한다”고 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5대 중증 질환자 등 응급 환자는 1시간 이내에 치료를 해야 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오미크론 시기엔 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119 구급대가 부족해 응급 환자 이송이 지연되고 치료나 수술 전 코로나 검사로 시간이 소요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에 이른다는 얘기다.

☞초과 사망(excess death)

질병 대유행이나 대형 사고 등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넘는 사망자가 나왔을 때 그 늘어난 만큼 사망자를 가리키는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