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나라 어린이 2명 중 1명이 이미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확진 비율이 다른 연령대 2배 가까이 높다.

가족 등 동거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됐더라도 학생들은 등교가 가능해진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다만 동거인 검사일 기준으로 3일 내 PCR 검사와 6∼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된다. 2022.3.14 /연합뉴스

30일 0시 기준 우리나라 0~9세 영유아 누적 확진자 수는 161만4780명.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4만2942명이다.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전 연령대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다. 전체 국민 10만명당 발생률(2만4739명)의 2배에 가깝고, 80세 이상(1만6111명)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10~19세 청소년도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3만7969명으로, 0~9세에 이어 둘째다.

이 같은 현상은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미 “5월까지 우리나라 어린이 절반이 감염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빠르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른 것이다. 지난 1월 26일까지만 해도 0~9세는 10만명당 1743명이 감염됐는데 두 달 사이 25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 국민 16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 기간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대상이 아니었던 데다 학교 등교가 확대되고 외부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발생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문제는 오미크론 유행이 아직 잠잠해지지 않았고 BA.2(스텔스 오미크론) 유행까지 더해지면서 영⋅유아 감염자가 더 늘 수 있다는 불안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는 6월까지 대다수 어린이가 확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앞으로 소아청소년 예상 입원 규모는 최대 4000명으로, 위중증 환자도 최대 1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31일부터 전국 소아 접종 지정 위탁의료기관 1200여 곳에서 만 5~11세 소아 대상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비만·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진 소아에게는 백신 접종이 권장되고, 나머지는 자율 선택이다. 하지만 이미 절반 가까운 어린이들이 코로나에 걸린 상황이라 소아 백신 접종률이 매우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접종 예약률도 1.3%(대상자 314만7942명 중 4만92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은 만 5~11세 소아의 경우 코로나에 확진됐다면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30일 코로나 사망자 수는 432명으로 역대 둘째로 많았고, 위중증 환자 수(1301명)도 처음 1300명대를 넘었다. 신규 확진자는 42만4641명 발생해 역대 셋째로 많았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코로나 위중증 환자 수가 과소 보고되고 있다”며 “중등증 병상, 요양병원 환자는 집계되지 않는 데다 많은 코로나 환자들이 격리해제 후 일반 환자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또 “하루 1000명 이상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이 전혀 무리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