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이비인후과.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100여 명이 늘어선 줄이 병원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까지 이어졌다. 곳곳에서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이날부터 전국 7588곳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은 뒤 양성이 나오면 추가 PCR(유전자 증폭) 검사 없이도 확진자로 분류하기로 하자 인근 주민과 직장인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와 병원에 온 한 직장인은 “3시간 30분 만에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포구 또 다른 병원을 찾은 김혜정(41)씨는 “30분 전 인근 이비인후과 접수가 마감돼 이쪽으로 왔다”며 “며칠 전 병원에 왔을 때와 비교도 안 되게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 신속항원검사 부스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박상훈 기자

다른 지역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병원은 검사 대기자 40여 명이 주차장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대부분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 광진구 한 병원도 대기자가 많아 오전 11시쯤 이미 ‘신속항원검사 오전 접수 마감’ 안내문을 붙였다.

코로나 확진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수요가 몰리고 있다. 보건소 등에서 PCR 검사를 받으면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최소 하루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병·의원 신속항원검사는 결과가 바로 나오고 증상이 있으면 진료와 처방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달 3~18일 의료기관에서 330만건 검사가 이뤄져 하루 평균 기관당 검사 건수가 50건 정도였고, 향후 100건까지 늘어날 경우를 가정해 하루에 총 70만건 검사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주보다 검사자가 훨씬 증가한 상황이다. 또 정부가 이날부터 확진자 가족에 대해서도 기존에는 3일 이내 PCR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했지만, 앞으로 이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병·의원 검사 부담이 더 늘 전망이다.

14일 서울 시내 한 이비인후과에서 시민들이 전문가용 코로나 신속항원검사(RAT)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방역 당국이 이날부터 전국 7588곳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오면 추가 PCR(유전자 증폭) 검사 없이 확진자로 분류하겠다고 밝히면서 동네 병·의원마다 검사를 받으려는 주민과 직장인들이 몰렸다. /박상훈 기자

이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코로나 환자 신고 업무라도 간소화해달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병·의원은 검사 외에도 양성자 자가격리 지침 안내와 진료, 처방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날부터 RAT 양성자를 확진자로 간주하게 되면서 코로나 환자 발생 신고 의무까지 추가로 생겼다. 코로나는 심각도에 따라 1~4급으로 분류되는 법정 감염병 분류체계상 1급 감염병이라, 검사 양성자가 나오면 의료 기관이 서식에 맞춰 즉시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가 지연되거나 누락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의원 원장은 “오전 중에만 양성자가 40여 명 나왔는데, 점심도 안 먹고 환자들을 보는 상황에서 발생 신고를 언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시스템에 접속해 환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증상, 직업 등을 기재해야 해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즉시 신고를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으나 현실적으로 당일 진료 일정이 끝나기 이전에 신고를 해달라”며 “처벌 조항이 있으나 불이익 없도록 의료기관에 안내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강봉수 경기도의사회 총무부회장은 “하루 20만~30만명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의료기관에 일방적으로 행정 부담이 전가됐다”며 “코로나를 독감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조정하거나, 한시적으로라도 신고 의무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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