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증 환자 수가 지난 8일 1000명대를 넘어선 뒤 11일 1116명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주요 종합병원에선 남은 중환자 병상이 0개인 곳도 나오는 등 지난해 12월 델타 대유행 당시 겪은 ‘병상 부족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정점을 거쳐 중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3월 말~4월 초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빅5′ 병원 중증⋅준중증 병상 68.4% 가동

코로나 중환자 1116명은 역대 최다인 지난해 12월 28일 1151명에 근접한 규모다. 지난 25일 655명에서 2주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병상 가동률도 빠르게 증가한다. 이날 기준 전국 코로나 중증 병상 2751개 중 1693개가 찼다. 병상 가동률은 61.5%. 지난 4일만 해도 50.5%였는데 일주일 만에 11%포인트 이상 늘었다. 중증에서 상태가 호전되거나,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는 준중증 병상 가동률도 4일(58.6%)에 비해 3.3%포인트 늘어난 61.9%였다. 병상 가동률이 80~90% 수준이었던 지난해 12월보단 낮지만 중증 병상 점유 수는 지난해 12월 900여 개에서 1.8배 증가했다. 다만 중증 병상이 2751개로 작년(1237개) 2배 이상으로 확충된 덕에 가동률이 낮아진 것일 뿐, 환자 수는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급종합병원에선 벌써 중증 병상에 여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기준 ‘빅5(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중증⋅준중증 병상 396개 중 271개(68.4%)가 가동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중증·준중증 병상 109개 중 97개(88.9%)가 찼다. 삼성서울병원은 준중증 병상은 30개 중 16개만 가동 중이지만, 에크모(인공심폐기) 등을 달고 있는 중환자들이 입원하는 중증 병상 30곳은 꽉 찼다. 한 상급종합병원 담당자는 “아직까진 지난해 12월에 비해선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원내에서 의료진 연쇄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 문제가 겹치면 중환자 병상을 꽉 채워서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코로나 거점전담병원 가천대 길병원도 이날 중중 26병상·준중증 22병상이 다 찬 상태다. 길병원 담당자는 “1~2개 병상이 비더라도 바로 다음 환자로 채워지는 상황이 1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고민이다. 연일 30만명 안팎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재 아직도 확진자 정점을 지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데, 통상적으로 중증 환자와 사망자 급증은 확진자 증가로부터 2~3주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가 현재 2배 수준인 2000명대로 급증할 3월 말에서 4월 초를 주시하고 있다.

◇”실제 감당 가능 중환자 1800명 정도”

방역 당국은 중환자 2500명까지도 감당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시각은 다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의료 장비 공급, 인력 확보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감당 가능한 중환자 수는 1800명 정도”라고 전망했다. 의료계에선 중증 병상은 입·퇴원 수속 등 이유로 100% 가동되기 어려운 만큼 가동률이 80%를 넘으면 사실상 포화 상태로 본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중증 병상 가동률이 70~80%만 되어도 꽉 차는 것”이라며 “지금 60% 정도면 1~2주만 있어도 병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일, 전국 코로나 중환자실 가동률은 80.4%, 수도권 지역은 86.6% 수준을 기록하면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 넘게 발생하는 등 병상 대란이 일어난 바 있다.

코로나 증상은 심하지 않지만 암, 뇌경색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자 정부는 일반 병실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오미크론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데도 다른 기저질환으로 입원한 환자가 많다”며 “음압 병실에서만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 병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체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기준 코로나 치료병상에 입원 중인 전체 환자의 24.8%만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산소 치료를 진행 중이었으며, 나머지 75.2%는 산소 치료 없이 기저질환 등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였다. 이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6인실에서 코로나 환자 2명과 일반 환자 4명을 함께 치료하면 다 같이 감염될 거고, 수많은 환자에게 1~2인실을 내주기에는 병원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