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사망자 수가 최근 급속히 증가하면서 주간 사망자 규모가 세계 9위 수준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 38국 중에선 다섯째로 많다. 국내 하루 코로나 사망자는 9일 206명으로 지난 4일 216명 이후 역대 둘째로 많았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9646명으로, 이번 주말 전에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중환자 수도 지난 8일 1000명대를 넘어선 뒤 10일 0시 기준 1113명까지 늘어 의료 체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간 사망자 수 세계 9위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주간(9일 기준) 사망자 수는 1252명이다. 조사 대상 국가 중 9위다. 전날까지만 해도 12위였으나 하루 만에 순위가 세 단계 상승했다. 미국 8913명, 러시아 4927명, 브라질이 3513명으로 1~3위이고 일본은 1390명으로 8위다. 1~8위 국가 중 홍콩을 제외하면 모두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다. 인구 수에 대비해 비교해보면, 100만명당 국내 주간 사망자 수는 24.40명으로 독일(20.46명), 영국(11.44명), 일본(11.03명) 등을 앞질렀다.

줄곧 우리보다 사망자가 많았던 프랑스(1011명), 영국(780명)도 앞질렀다. 프랑스, 영국 등이 진정 국면에 들어선 반면, 우리는 주간 단위 사망자 수가 전주 대비 77.59%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증가 속도가 세계 11위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보다 증가 폭이 큰 나라는 핀란드(540%), 뉴질랜드(200%), 아이슬란드(120%)뿐이었다.

9일 국내 신규 확진자는 32만7549명으로 이틀 연속 30만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백신 효과가 감소하고 방역 조치가 잇따라 완화되면서 환자와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이달 중순 하루 확진자가 최대 35만명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지만, 이미 지난 8일 34만2446명을 기록하면서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8일 “확진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유지하고 있다”고 장담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달 말 하루 사망자가 400~5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날 “(확진자 수가) 이번 주부터 2주간 정점을 이룬 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방역 당국 전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정점 수준의 확진자가 나오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위기 닥치자 “의료체계 전환 필요”

확진자⋅사망자 도미노 증가에 따라 정부는 이날 “음압실이 아닌 일반 병실이나 수술실에서도 코로나 확진자를 치료하도록 의료기관 감염 예방관리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증상은 심하지 않지만 암, 심혈관 질환, 뇌경색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자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 간담회에서 “지정된 코로나 음압병실에서만 오미크론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아 반드시 일반 의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코로나 증상이 가벼운 동반 질환자는 해당 병동에서 해당 전문의에게 진료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절실하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장에선 실현되기 어려운 지침”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정점까지 기다리라는 전문가들 이야기를 안 듣고 거리 두기를 완화하더니, 중환자가 폭증하니 현실성 없는 정책을 내놓는다”며 “6인실에서 코로나 환자 2명과 일반 환자 4명을 함께 치료하면 다 같이 감염될 거고, 수많은 환자에게 1~2인실을 내주기에는 병원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일반 병동에서 진료하다가 심폐소생술 등을 해야 하는 위급 상황이 오면 다른 환자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며 “병원마다 병동과 병실 구조, 인력 상황 등이 달라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실시하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추가 PCR 검사 없이 바로 코로나 확진으로 인정하는 진단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대응이 지체되자 환자 관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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