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부터 식당·카페, 노래방, 유흥 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 11종에 적용했던 방역 패스(접종 증명, 음성 확인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시설에 들어갈 때 방역 패스 용도로 QR코드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지는 것이다. 보건소 등에서도 음성 확인 증명서를 더 이상 발급하지 않는다. 4월 1일로 예정됐던 청소년 방역 패스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규모 행사 역시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50인 이상 300인 미만까지 모일 수 있게 됐다.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가 연일 역대 최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둔 ‘정치 방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코로나 감염 사망자는 114명. 또다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틀 전 112명을 넘어섰다. 중환자는 715명. 지난 24일 600명을 넘어선 뒤 사흘 만에 700명대로 올라섰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월 첫째 주 16%에서 넷째 주 44%까지 높아졌다.

28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 식당에 3월 1일부터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1일부터 식당·카페, 노래방, 유흥 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 11종에 대해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현종 기자

정부는 이번 방역 완화 배경으로 높은 예방접종률(27일 0시 기준 2차 86.4%, 3차 61.1%)을 들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음성 확인서 발급 등 업무를 덜어 보건소 인력이 고위험군 검사와 확진자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면서 “방역 패스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7일 확진자 13만9626명은 하루 확진자 규모로 전 세계 1위다. 26일에 이어 이틀째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쏟아지고 있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도 3188명으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많았다. 독일(1268명), 일본(572명), 미국(146명)을 훨씬 앞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을 선회하자 전문가들은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방역 패스 자체는 오래전부터 무용화됐지만, 정부는 고수하는 입장이었다”며 “아직 확산세의 정점을 찍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완화, 방역 패스 해지, 동거인 자가 격리 면제 등 방역 완화 정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역 패스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던 정부가 정책을 전환한 건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1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미접종자 규모는 비슷하고 확산세는 거세졌는데 갑자기 유흥 시설, 요양 병원 등 고위험 시설에도 방역 패스를 해지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는 방역 패스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때마다 ‘미접종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재 발생하는 중환자와 사망자 대부분이 미접종자이기 때문에 방역 패스는 감염 확산과 중환자,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지난 25일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지역이 식당과 카페”라며 “전국적으로 (방역 패스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흘 만에 방역 당국은 이를 뒤집고 “이제 미접종자는 스스로 감염을 최소화하거나 예방접종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 판단과 다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의료 체계 붕괴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며 “병원 직원 중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고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사람이 한 병원에 수십 명이나 돼 예약된 수술이 취소되고 비(非)코로나 환자 진료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난주 부스터샷을 접종한 이모(26)씨는 “2차 접종 때 부정 출혈과 심한 구토, 발열 등 부작용을 겪어 3차 접종을 꺼렸지만 (방역 패스 유효 기간이 끝나가면서) 회사 근무를 비롯해 각종 사회생활에 제약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접종했다. 그런데 이제 와 방역 패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