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대응체계 전환이 임박한 가운데 26일 오후 대구 동구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박스가 비어 있다. 이날 약사는 ‘요즘 자가진단키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평소보다 1.5배 이상이 판매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뉴시스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진단키트 제조사의 정부, 공공기관 우선 배정 방침에 따라 공급이 일방적으로 취소되어 발송드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26일 온라인몰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주문한 최모(38·서울 마포)씨는 이 같은 취소 문자를 받았다. 최씨는 “진단 검사 체계가 바뀐다는 소식에 2년 전 ‘마스크 대란’ 생각이 나 미리 주문한 거였는데 취소당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 코로나 검사 방식을 ‘자가진단키트’ 위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품귀 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남 양산에 사는 김모(39)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온라인에서 3000원대였는데 최근 다시 주문하려니 그새 값이 두 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지난 23~26일 ‘자가진단키트’ 거래량이 전주 같은 기간(16~19일)보다 721% 늘었다. 사려는 상품 이름을 찾아보는 검색어 통계에서도 ‘자가진단키트’는 전주 대비 3830% 증가했다.

얘들아, 설 선물은 자가진단 키트란다 - 27일 오전 부산 남구 무지개유치원에서 한복을 입은 원생들이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는 ‘자가 진단 키트’를 하나씩 들고 있다. 이날 아이들은 진단 키트를 받고 사용 방법과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연합뉴스

26일부터 자가진단키트 활용이 시작된 광주광역시와 전남·평택·안성에선 일선 약국들 위주로 진단키트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약사 권모(67)씨는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주문할 수 있었지만 오후부터는 안 되더라”며 “공급가도 하루 만에 900원 이상 올랐고 그나마도 품절되면서 추가 주문이 안된다”고 했다.

29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에 가면 자가진단키트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도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부가 이전에도 방역 관련 물품 수급 조절에 실패했다는 기억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대란, 주사기 공급 차질, 백신 공급 부족, 백신 예약 대란 등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불편한 사태가 벌어지니 시민들이 불안한 것”이라며 “진단키트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역 당국의 노력과 구체적 수급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블로그와 각종 맘카페엔 ‘자가격리 시 본인 또는 가족들이 함께 격리되므로 기침약과 진단키트 등 상비약을 미리 구매해 둬야 한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활용할 자가검사키트,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는 현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각급 보건소 선별진료소 쪽으로 지금 제공되고 있는 상태”라며 “29일부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그 전에 다 배송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너무 오른다든지 사재기 같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이 부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들을 바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