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1만명 넘는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수십명이 세상을 떠났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운전자 부주의·과실, 학교 주변과 통학로의 혼잡한 환경, 교통 교육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피해를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작년 한 해 1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통학로의 위험 요인을 없애고 어린이를 상대로 한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해 사고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두 어린이가 보호자 손을 잡고 학교 앞 보도를 걷는 모습. /연합뉴스

◇하굣길·저학년일수록 취약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등굣길보다는 하굣길에 더 많이 발생한다. 수업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마친 귀갓길이나 집 밖에서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가장 사고가 많다. 이른 하교가 이뤄지는 정오부터 오후 4시와, 그보다 늦은 오후 6~8시도 만만치 않다. 또 등교 시간인 오전 8~10시에도 꽤 발생한다. 계절별로는 아이들의 활동량이 느는 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방학이 있는 겨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자동차로부터 가해를 당한 어린이 4명 중 2명은 보행 상태, 1명은 자전거를 탄 상태였다. 또 자동차 가해로 사망한 어린이의 94%는 보행 상태, 6%는 자전거를 탄 상태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이 고학년보다 인구 대비 교통사고 사망률이 더 높다.

아이들 통학로는 위험투성이다. 보행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이면도로에서는 차와 아이들이 뒤엉킨다. 도로변에 주정차된 차량들이 아이 시야를 막고, 아이가 이를 둘러 가려다가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보도에서 걷는 도중에도 제설함, 가로수, 상점에서 내놓은 물건 등이 튀어나와 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스쿨존을 포함한 어린이 교통사고의 상당수는 대부분 주택과 상점이 혼합된 지역의 이면도로 등에서 발생했다. 통학로 환경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법제도 개편도 시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목격하고도 정차 없이 통과한 차량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더 높이거나 적어도 지금보다 실질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또 스쿨존에서만이라도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든 없든 일단 정차하도록 원칙과 문화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학교 인근 공사장에 안전요원을 의무 배치하고 등하교 시간 대형 트럭 통행을 금지해야 한다.

◇횡단보도 손 들기, 투명 우산 쓰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어린이안전학교(대표 허억 가천대 교수)에 따르면, 가정에서 충실한 교통안전 교육이 이뤄지면 보행 중 어린이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횡단보도에서는 ①우선 멈춘 뒤 좌우를 살피고 ②손을 들어 운전자에게 횡단하겠다고 알리고 ③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면서 차가 멈춘 것을 확인하며 건너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와 가까운 쪽 손을 들고 45도 각도로 올린다. ‘손을 든다고 반드시 차가 멈춰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가르친다.

횡단보도는 보행자 진행 방향 기준 우측으로 건넌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안전거리가 확보된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 자기 키보다 높은 버스·대형트럭·봉고차 등이 서 있으면 반드시 일정 거리를 두고 좌우를 더 잘 살피며 건넌다. 다른 자동차 운전자들이 시야가 가려져 보행자를 못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를 대각선으로 건너거나 장난치지 않도록 한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친구들이 부를 때 급하게 건너는 것은 금물이다. 신호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반드시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가 건넌다.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와 있더라도 그대로 통과하는 차가 있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 좋다.

도로나 도로 근처에서 인라인스케이트·자전거를 타지 않도록 한다. 정차된 차의 앞뒤 공간에서 노는 것은 금물이다. 운동장·놀이터·공원 등에서 놀고 주차장·골목·언덕길 등에서는 가급적 놀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눈높이보다 30도 정도 위로 들어 시야를 확보한다. 투명 우산이면 더 좋다. 비옷·모자·장화 등은 노란색 등 밝은색으로 고른다. 아이가 양손에 드는 가방이나 짐은 사고 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 등이나 어깨에 메는 가방이 좋다. 겨울에는 장갑을 챙겨주면 아이들이 양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게 된다. 귀마개는 너무 두꺼우면 자동차 경적을 듣기 힘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