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족 3명이 코로나 감염으로 한집에 격리된 채 있었습니다. 그 집 가장인 60대가 극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해 배우자가 119에 신고했지만, 병원 도착 당시 그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모든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약물도 투입했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을 유가족인 딸에게 전하자 응급실 땅바닥에 엎드려 목 놓아 울던 상황이 너무나 또렷합니다.”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뉴시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현장 의료진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처참한 붕괴를 현장에서 목도하고 있다”며 “정부는 환자 분류 기준과 현장 인력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병상 찾으려 병원 41곳에 요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8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지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5%, 전국 가동률은 78.8%다. 숫자만 봐선 중환자 병상의 15~20%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한솔 대전협 회장(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아직 병상에 여유가 있다’는 방역 당국 주장과는 달리 “수도권 지역에선 중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이 전혀 없는 포화 상태”라고 했다. 이날 0시 기준 수도권에서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인 코로나 확진자는 1003명으로 불어났다. 이 중 302명은 4일 이상 대기 중이다.

병상 부족으로 코로나 중환자들이 하염없이 응급실의 격리 시설에 머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응급실 격리 시설이 채워지면 치료가 필요한 또 다른 코로나 환자·코로나 의심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지 못해, 일종의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의식 저하, 심정지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뒤 코로나 확진을 받은 환자들은 전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평균 4~5일 동안 응급실에 누워 있다. 여 회장은 “2주일 가까이 응급실에 있다가 격리 해제된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지역에서 격리 병상이 필요했던 한 코로나 환자도 병원 40곳에서 거절당하고 41번째 연락된 병원으로 전원됐다.

중증 환자 857명… 눈코 뜰 새 없는 의료진 -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 중증 환자는 857명으로 계속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뉴시스

◇60대 이상 에크모 금지령도

중환자 치료 체계 전반에 부하가 걸리면서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의 응급 환자 치료도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환자가 충수염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실 내에서 회복하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수술이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한나 대전협 수련이사(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병상 확보 행정명령으로 코로나 외 환자들의 병상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2차 종합병원에라도 전원 보내야 하는데 그마저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에크모(심장·폐 기능을 대신해 주는 기기), 혈액 투석기, 인공호흡기 등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 기기의 부족도 문제다. 서연주 대전협 수련이사(가톨릭 중앙의료원성모병원 내과 전공의)는 “중환자 2명 중 누구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며 “일부 병원에선 60대 이상에 대해 에크모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당국과 현장 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쏟아지는 확진자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절차를 통해 전담 병원으로 이송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한솔 회장은 “한 60대 환자는 경증으로 재택 치료 후 격리 해제 문자를 받은 날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오고 3분 만에 인공호흡기를 달았다”며 중증으로 치달을 수 있는 환자들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과 체계적인 이송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연주 이사는 “중환자 담당 인력엔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줄여주고, 유휴 의료 인력을 가용하기 위한 홍보·보상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