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몽이 다시 유럽을 덮치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지자 유럽 국가들이 속속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유럽은 코로나 대유행 초기인 작년 3월부터 기업 폐쇄, 이동 제한 등 셧다운(봉쇄 조치)에 들어간 이후 점진적으로 방역 조치를 완화해 왔다. 지난 7월 영국이 처음 ‘위드 코로나’를 전면 실시한 후 다수 국가가 방역 완화에 동참해왔으나,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방역 고삐를 죄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 유럽사무소는 지난 12일 기준 유럽의 주간 새 확진자가 211만7003명, 사망자는 2만8166명에 달했다고 1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유럽은 세계 인구의 10% 수준이지만 최근 확진자는 전 세계의 3분의 2, 사망자는 절반에 이른다. 독일은 13일 기준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3만6766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3만6000명, 1만4000명을 넘었다. 오스트리아는 하루 확진자가 1만3000명을 넘어서자 백신 미접종자 외출 제한 등 특단 조치를 내놨다. 어길 경우 벌금을 최고 1450유로(약 200만원) 물린다. 프랑스는 부스터 샷을 강제하기 위해 백신 접종 증명서(백신 패스)에 유효기간을 도입하려 한다. 네덜란드는 지난 13일 ‘3주짜리’ 부분 봉쇄 조치를 다시 도입했다.
국내 코로나 유행 상황 역시 9일 이후 연일 2000명대 확진자가 쏟아지는 등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14일 기준 중증 환자는 471명으로 현재 의료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500명)에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잠시 중단하는 ‘비상 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으로 제시한 ‘중환자 병상 가동률 75%’도 위험 수준이다. 이날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1125개 중 사용 중인 병상은 699개(62.1%)로 병상 가동률이 일주일 전(54.4%)보다 7.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서울(78.6%)과 인천(78.5%)은 이미 기준점을 넘겼고, 경기 역시 73%에 달해 수도권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50대 이상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의 접종 간격을 기본 접종 완료 후 6개월에서 3~4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5일부터 10일간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12세 이상 국민에 대해 외출 제한을 시작했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식당·영화관·카페·헬스장 등 실내 공공 장소 출입이 금지된다. 백신 접종과 식료품 구매, 가벼운 산책 등을 위한 외출은 허용한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인구는 약 200만명으로 전체 인구(892만명)의 약 22%에 달한다. 네덜란드는 방역 조치를 완화한 지 2개월 만에 부분 봉쇄 조치를 다시 시작했다. 수퍼마켓·식당·술집은 오후 8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고, 그 외 상점은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가정 방문은 4명까지로 제한됐다.
프랑스는 EU(유럽연합) 국가 중 처음으로 유럽 국가의 여행객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독일·벨기에·네덜란드·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그리스 등이 대상이다. 이 나라들의 국민은 프랑스 입국 시 백신 패스를 제출하거나, 24시간 내 받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한다. 또 프랑스는 다음 달 중순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의 백신 패스를 접종 완료 후 6개월만 인정해 주기로 했다. 백신을 맞은 지 5~6개월이 지나면 면역 효과가 점차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2차 백신을 맞고 6개월이 지났다면, 부스터 샷을 맞아야만 백신 패스를 갱신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스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도 “면역 약화와 코로나 재확산, 국가 간 백신 접종률 차이 등의 문제를 (백신 패스 제도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며 백신 패스 제도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역시 9월 이후 하락세이던 확진자 규모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며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7만명대였던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이달 12일 기준 8만명대로 늘었다. 특히 날씨가 빨리 추워진 북동부와 로키산맥 인근 지역에서 재확산세가 두드러졌다. 2년 만에 재개된 지난달 핼러윈 파티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보건 당국은 이달 말 추수감사절과 내달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확진자가 다시 폭증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미 연방공공보건서비스부대 의무총감인 비벡 머시는 14일 “겨울이 다시 오고 사람들이 연말 휴가 시즌을 준비하면서 각지에서 감염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