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받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정부가 발표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이행 계획 초안을 읽어본 뒤 황당했다. 11월 1일부터는 ‘백신 패스’가 있어야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김씨는 이 초안이 확정되면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기 전인 11월 10일까지는 다니던 헬스장을 못 갈 형편이다. 굳이 헬스장을 출입하려면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효력이 48시간밖에 되질 않아 헬스장 가겠다고 3일에 한 번씩 선별진료소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백신패스' 일러스트

김씨는 “그 헬스장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카페보다 붐비지도 않고 지금까지 마스크를 잘 쓰고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별 탈 없이 이용했는데 갑자기 차단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김씨는 ‘백신 거부자’가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접종 일정에 맞춰 예약하고 접종을 받고 있다. 정부 권고대로 접종에 참여했는데 갑자기 백신 안 맞았다고 불이익을 준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공개한 ‘위드 코로나’ 이행 계획에서 ‘접종 증명·음성 확인제(백신 패스)’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미접종자(접종 완료 후 14일 지나지 않은 사람 포함)에 대해 헬스장, 스크린골프장, 볼링장 등 실내 체육 시설과 목욕장 등 이용을 제한한다는 대목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백신 패스 적용 대상이 전체 다중 이용 시설의 약 6%(13만개) 정도”라고 밝혔다.

◇”마스크 잘 썼는데…” “건강권 침해”

11월 1일부터 ‘백신 패스’로 뜻하지 않게 불편해지는 사람들은 1000만명에 달한다. 접종 예약에 참여하지 않은 미접종자 약 400만명에, 2차 접종 일정이 10월 하순인 약 600만명이다.

그동안 백신 미접종자도 접종 완료자처럼 다중 시설을 이용했지만, ‘백신 패스’를 시행하면 접종 완료 증명서나 PCR 음성 확인서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 음성 확인서는 결과 통보일부터 이틀 뒤 자정까지 효력이 인정된다. 미접종자가 운동 시설 등을 이용하려면 많게는 주 3회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유흥시설, 경마·경륜, 카지노 등과 함께 실내 체육 시설과 목욕장업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까지 패스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비치고 있다.

정부는 ‘백신 패스’ 적용 대상을 정할 때 마스크 착용 가능 여부와 머무는 시간에 따른 감염 위험도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헬스장·스크린골프장·볼링장 등은 마스크 착용이 가능하고 방역 지침을 준수한다면 감염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방역 당국 역시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백신 패스’가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을 낳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목욕장업은 ‘백신 패스’ 대상으로 넣고, 샤워실이나 사우나가 설치된 실외 체육 시설 골프장은 제외하고 있어, “실제 감염 위험도를 제대로 반영한 것 맞느냐”는 반발도 나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골프장에서 샤워실이나 사우나가 전체 운동 시설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시설 본래 목적에 집중해 적용 대상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욕장 안 되고 골프장 사우나는 된다니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백신 패스’를 통해 접종을 독려하려는 건 좋지만 유흥 업종이나 카지노 등과 성격이 다른 운동·체육 시설이나 목욕장 같은 일상 공간에까지 ‘백신 패스’를 확대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란 글에는 26일까지 10만명 가까이 동의를 누르기도 했다. 청원자는 “지금도 백신 미접종자는 회사·사회에서 눈치를 준다”며 “입장 제한이라는 페널티는 사회 분열과 인간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1차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세게 와서 2차 접종을 받으러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헬스장을 이용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맞는다”는 30대 여성도 있었다.

정부는 18세 이하와 접종할 수 없는 중대한 부작용이 있는 미접종자에 대해선 ‘백신 패스’ 예외를 둘 방침이다. 방역 당국은 ‘백신 패스’ 도입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을 정리해 오는 29일 최종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반장은 “현장 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지자체들이 접종 증명·음성 확인제가 안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내와 일정 기간을 계도 및 홍보 기간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