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3만개에 가까운 부적격 혈액이 환자 수혈(輸血)에 쓰였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기관이 환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감사원이 공개한 대한적십자사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대한적십자사 소속 혈액원에서 출고한 부적격 혈액은 3만2585개였다. 여기서 1개는 1유닛(Unit·1회 헌혈용 포장 단위)을 가리킨다. 부적격 혈액은 헌혈자가 헌혈 당시나 헌혈 이후 간염 등에 감염된 것을 확인, 환자에게 수혈하지 못하도록 한 혈액이다.

적십자사는 이 중 3763개만 회수해 폐기했고, 2만8822개(88.5%)는 환자 등에게 수혈됐다. 에이즈 유발 바이러스인 HIV 위험 요인이 있는 혈액이 285개, A형 간염 597개, B형과 C형 간염이 각각 81개, 45개였다. 더구나 적십자사 소속 혈액원들은 부적격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혈액관리법상 부적격 혈액을 수혈해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거나 사고가 났을 땐 수혈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데, 지난 5년간 적십자사는 부적격 혈액 2만8822개를 수혈받은 환자들에게 한 건도 통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적십자사는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나 사고가 났다’는 의미가 모호해 통보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니 복지부가 통보 기준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부적격 혈액을 받았다고 해서 감염병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게 의학계 정설이다. 질병관리청은 “수혈 때문에 에이즈에 걸릴 확률은 200만분의 1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B형·C형 간염도 수혈로 인해 감염될 확률은 1000만분의 1로 더 낮다고 했다. 또 헌혈자가 헌혈 이후에 바이러스 감염이 된 것이 발견돼 해당 헌혈자의 피가 부적격 혈액으로 판정됐다고 하더라도, 헌혈자가 바이러스 감염 이전에 헌혈했다면 혈액에 바이러스가 없다. 또 HIV와 C형 간염은 2005년부터, B형 간염은 2012년부터 헌혈 혈액을 수혈하기 전 해당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하기 때문에 출고됐더라도 실제 수혈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보건 당국은 설명했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보유자 피를 수혈했다가 감염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감염 경로는 오염된 물, 음식 섭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