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7일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률은 77.5%, 접종 완료율은 54.6%다. 1차 접종률은 세계 17위, 접종 완료율은 62위다. 백신 도입이 늦어 1차 접종률이 한동안 세계 100위권 밖을 맴돌다 빠른 속도로 접종률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접종 완료율은 자치령 국가나 일부 소규모 섬나라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포르투갈(85.2%)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83.55%), 스페인(78.66%), 싱가포르(77.84%) 등 상위권 국가와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 장관,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국회사진기자단

◇시행 한 달 전인데 청사진 없는 ‘위드 코로나’

방역 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접종 완료율은 10월 하순엔 70%에 도달할 전망이다. 현재의 접종 속도에 비춰보면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실행하는 11월 9일쯤에는 8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보다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국가에 비해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덴마크는 접종 완료율이 71%에 이른 지난 8월 말 “코로나 방역을 위한 모든 제한 조치를 9월 10일부로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백신 접종 완료율 53.1%, 1차 접종률은 68%였던 지난 7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와 실내 마스크 착용, 모임 제한 등 모든 방역 규제를 해제했다. 현재 우리나라 접종률보다 낮은 시점에서 위드 코로나를 전격 시행한 것이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막상 준비 과정은 우리보다 길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봉쇄 해제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전문가와 여론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변이 바이러스 확산 추이를 반영해 로드맵을 수정하고 공표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지난달부터 위드 코로나에 본격 돌입한 싱가포르도 지난 6월에 이미 위드 코로나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

반면 우리 정부는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단계적 일상 회복 시 ‘백신 패스’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공개한 게 거의 전부다. 백신 패스를 어떻게 운영할지 등 세부 방안은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또 “전문가와 정부 각 부처 등이 참여하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마련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논의한다”고 했지만 위원회는 아직 공식 출범조차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드 코로나에 돌입한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현재 접종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국민의 방역 피로도가 급증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위드 코로나를 이미 점진적으로 시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주요 국가 중 1차 접종률이 우리보다 높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포르투갈, 쿠바, 칠레, 스페인, 카타르, 싱가포르, 우루과이 정도다. 김대중 아주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40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았는데도 아직도 정부는 백신을 하나도 안 맞은 나라처럼 방역 대응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방식의 판 짜기에 대한 소식이 없고 (이대로면) 식당은 계속 집합 제한을 해야 하고 백신 접종받은 사람도 다 같이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위드 코로나 준비에 더 속도를 내라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 정부 계획 빨리 내놔야”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 시 생활치료센터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재택 치료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 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보고, 중환자 병상과 재택 치료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환자 치료 체계도 재정비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세부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 등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해 왔다는 비판이 있다. 위드 코로나만큼은 정부 계획을 국민에게 미리, 충실하게 알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증가와 사망자·중환자 증가의 위험과 방역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이는 균형의 과정”이라며 “정부가 기존처럼 사회적 논의와 치밀한 준비,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위드 코로나 방안을 밀어붙이면 집단적 반발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