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20대 미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아동·청소년은 대다수가 아직 백신 예방 접종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이달 들어 유치원·학교 등 각급 교육 기관이 대면 수업을 확대함에 따라 집단감염의 위험이 큰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로의 방역 정책 전환에 아동·청소년 확산세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10대 감염자, 두 달 만에 3~4배 늘어

방역 당국에 따르면 8일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2049명으로 전날(2048명)에 이어서 이틀 연속 2000명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확진자 중 10~19세는 233명으로, 국내에서 코로나 발생 이후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10세 미만 아동 확진자(138명)를 더한 20대 미만 확진자 수(371명) 역시 역대 최다다. 종전 기록은 확진자가 2154명 쏟아진 지난달 24일의 364명이었다.

/자료=질병관리청

4차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6월 말 20대 미만 확진자는 하루 평균 80~100명 수준이었다. 두 달 만에 확진자 규모가 3~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최근 각급 학교가 개학하면서 전국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광주시의 한 대안학교에선 지난 6일 첫 학생 환자가 발생한 이후 8일까지 19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 19명 등 총 30명의 확진자가 쏟아졌고, 전남 순천시 유치원에선 아동 7명 등 12명이 감염됐다. 이 밖에 경남 양산시 유치원·초등학교(47명), 강원 원주시 중학교(18명), 제주 서귀포 초등학교(16명)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백신 선진국도 어린이 확진자 속출

아동·청소년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은 백신 접종률이 한국보다 높은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일일 확진자가 10만명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선 지난주(8월 26일~9월2일)에만 25만명이 넘는 아동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주일 동안 발생한 전체 확진자의 27% 수준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부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지난달 20대 미만 확진자의 입원이 4배 증가했다. 이스라엘 역시 최근 한 달 발생 확진자 중 20대 미만이 43.5%에 달했다.

해외 주요국은 청소년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5월부터 12~17세 대상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이스라엘 역시 6월부터 청소년 접종에 나섰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대다수 유럽도 청소년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고등학교 3학년 등 대입 수험생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맞히고 있으며 오는 11일 접종 일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화이자 백신에 한해 12세 이상 접종을 허가한 상황으로, 당국은 10월 이후 12세 이상 청소년 백신 접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청소년 백신 접종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청소년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과 부작용 발생의 위험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임상 연구 결과를 충분히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에도 실내 마스크 착용은 필수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세부적인 방역 완화 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예방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19세 이상 성인 중 80% 이상이 10월 말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11월 중순 확진자 규모가 지금보다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 완화가 시행되더라도 기본 수칙인 ‘실내 마스크 착용’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은 방역의 최소한이자 마지노선”이라며 “접종률이 80% 이상 올라가더라도 해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방역 완화가 급격히 이뤄질 경우 확진자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전체적인 피해를 줄인다는 개념이 아니라 완화 속도에 따라 우리 사회가 부담을 나눠지는 선택의 문제”라며 “방역 완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 미국·영국·이스라엘처럼 대규모 유행이 나타나 중증 환자·사망자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