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청장이 10월 말 ‘위드 코로나(With Corona)’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방역 체계 전환에 대한 논쟁이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민 인식 조사를 보면 ‘위드 코로나’ 전환에 73.3%가 찬성했다. 반대는 20.2%에 그쳤다.

지난 2일(현지 시각)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푸스카스 아레나 경기장에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관중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응원을 벌이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헝가리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1일 기준으로 55.6%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 ‘종식’과는 다르다. 국민이 코로나를 독감처럼 일상 속 불편으로 감내하며 살아가는 걸 뜻한다. 이를 위해선 9월 중 ‘4차 대유행’ 확산세를 꺾고, 충분한 백신 공급으로 접종률을 80%(성인) 이상 올리며, 감염병 전담 병원 등 충분한 의료 대비 체계까지 ‘3대 필수 전제’가 갖춰져야 한다.

◇9월 ‘4차 대유행’ 고비 넘어야

특히 9월은 점진적인 방역 완화 조치로 건너가는 중대 갈림길이다. ‘추석 연휴’에 6~8인 모임 허용 등 일부 방역 완화 조치까지 더해져 자칫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도 9월은 저온 건조한 날씨로 코로나 바이러스 활동이 더 왕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감염병 재생산 지수(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감염시키는지 따지는 지표)는 0.98 수준. 1을 넘으면 유행이 확산되는데 아슬아슬한 단계다. 이를 더 낮추지 못하면 2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대한수학회 분석에 따르면, 감염 재생산 지수가 0.8이면 이달 중순을 지나며 1300명대 수준으로 환자가 줄지만, 1.2까지 커지면 2200명으로 늘 수 있다. 코로나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를 ‘하루 100명 미만’(대국민 인식 조사)이라고 봤을 때 당분간 감염 확산 차단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7일에도 오후 6시까지 국내에서만 신규 확진자가 1628명이 나왔다. 자정까지 집계하면 2000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 아직은 모임 제한 인원과 시간 등을 풀어준 일부 조치로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걸 더 경계해야 한다.

◇백신 수급 원활도 기본 전제

그동안 수급 차질로 골머리를 앓게 했던 백신 안정적 공급 역시 관건이다. 접종률을 더 빨리 끌어올려야 ‘단계적 방역 완화’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으로 ‘고령자 접종률 90%, 성인 80%’ 이상을 제시한 상태. 잇따라 공급 ‘펑크’를 일으켰던 모더나 등 주력 백신 제품 계약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 백신 거부자 등도 최소화해 접종률을 올려야 한다.

방역 당국은 “모더나와 계약했던 백신 139만3000회분이 7일 국내 공급됐다”며 “10월 말 전 국민의 2차 접종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물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공급 물량이 충분할 경우, 화이자·모더나의 1·2차 접종 간격을 현행 6주에서 다시 3~4주로 조정하는 식으로 접종 속도를 올리고, 공급 물량 불안에 대비한 비상 계획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일본에서 모더나 백신 이물질 사태가 벌어지는 등 돌발 사태가 언제든 터지며 수급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체계 재정비 시급

현재 비상 체계로 가동 중인 코로나 의료체계를 재정비하는 것도 급선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만 주장할 게 아니라 민간 병원 중 코로나 환자 전담 병원을 지정해 병상을 여유 있게 확보하고 코로나 병동 의료진 처우 개선과 인력 확보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코로나 진료·치료 체계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어디로 잡을지 사회적 논의도 서두르자는 의견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전환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 전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며 “그간 거리 두기 정책을 정하듯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선 안 되고 정부가 청사진을 마련하고 전문가와 여야, 일반 국민 등 폭넓은 논의와 합의를 거치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단계적 방역 완화’란 개념을 마치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처럼 과도한 기대·낙관을 갖게 하는 것도 금물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위드 코로나’를 방역의 완전한 완화로 여기거나 코로나가 종식되는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시점의 문제일 뿐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약 10% 국민에겐 코로나가 계속 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