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g으로 태어난 건우가 의료진과 부모의 헌신 덕에 생후 4개월 중반쯤엔 몸무게 2㎏을 넘겼다. /서울아산병원

체중 288g, 어른 손 한 뼘 정도로 자그마했던 아기가 1%도 안 된다는 생존 확률을 이겨냈다. 아이 이름은 조건우. 지난 4월 4일 분만 예정일보다 15주 정도 빠른 24주 6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건우가 153일간 신생아 집중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면서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고 6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도 32번째로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건우는 다섯 달에 이르는 집중 치료를 끝내고 지난 3일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 품에 안겼다.

건우 애칭은 ‘팔팔이(882)’. 건강하고 팔팔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출생 당시 체중을 거꾸로 배열한 이름이기도 하다. 건우 부모는 결혼 6년 만에 첫 임신에 성공했다. 아빠(191㎝), 엄마(174㎝)를 닮아 키가 클 줄 알았다. 그러나 임신 17주 차, “‘자궁 내 성장 지연’으로 가망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찾아갔다. 아산병원 의료진은 태아 상태가 위태롭자, 4월 초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이후 건우를 살리기 위한 분투가 벌어졌다. 전공의와 전임의는 24시간 아기 곁을 지켰고, 약사는 맞춤 정맥주사를 조제했다. 건우가 먹을 모유는 매번 멸균 처리됐다. 건우 엄마는 1주일에 1~2번씩 함안에서 서울까지 왕복 700㎞, 10시간 거리를 오가며 모유를 전달했다. 건우는 중간에 장염에 걸려 1주일 동안 금식하며 정맥관으로 영양분을 공급받기도 했고, 심장이 갑자기 멈춰 긴급 소생술을 받아야 했다. 주치의였던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신생아팀 의료진을 항상 초조하게 만들었지만,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생아네트워크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 해 1.5㎏ 미만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기는 3000명 정도. 500g 미만 저체중 출생아 생존율은 23.2%다. 국내외 학회에 따르면, 출생 체중이 400g 아래로 떨어지면 생존율은 1%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