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브리핑에서 “수도권은 최근 2주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정체 양상”이라며 “빠르게 늘던 확진자가 정체된 것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부터 27일째 수도권에서 1000명대 확진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역 성과가 괜찮다고 자평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생색내기와 달리 일선 방역 현장은 아마추어 탁상 행정, 면피 행정으로 국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염 예방의 가장 기초적인 자가 격리 관리조차 일관된 잣대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최모(53)씨는 지난달 17일 주뉴욕 총영사관에서 백신 접종 격리면제서를 발급받아 지난달 28일 국내 도착했다. 최씨가 입국 사실을 서울 서초구 보건소에 알리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격리 면제가 8월 4일까지만 인정되니 8월 5~11일은 자가 격리를 하라”는 통보였다. 보건소는 최씨가 발급받은 면제서를 문제 삼았다. 면제서에는 면제 기간을 입국 예정일이던 ‘7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라고 기재하고 동시에 “면제서는 발급일로부터 1개월간 유효하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소 측은 면제서 유효기간(1개월)은 무시하고 최씨가 지난달 22일 입국하려다 개인 사정으로 28일 입국한 것을 트집 잡아 “면제서에 적힌 입국일과 실제 입국일이 다르니 격리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최씨는 “이럴 거면 입국 시점부터 면제하지 말아야지, 입국 후 첫 주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5일부터 다시 격리하는 게 감염을 예방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따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는 이날 “입국일이 예정보다 늦은 경우 격리 면제를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없다”며 “질병관리청 ‘1339’에 전화해 들은 답변대로 따랐다”고 했다. 1339는 코로나와 백신 접종 관련 일반 국민의 문의를 받는 콜센터다. 정부 측은 보건소와 다른 설명을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해외입국관리반 관계자는 “격리면제서는 발급 후 한 달간 유효하기 때문에 입국일이 조금 늦어도 자가 격리 면제는 인정된다”고 했다.
백신 접종자의 입국 시 자가 격리 면제 혜택을 놓고 최근 갖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면제 관련 지침과 수칙이 남발되면서 일선 공무원조차 제대로 수칙을 알지 못하거나 작위적으로 적용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접종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정부 취지와 달리 갖가지 예외 조항으로 면제가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한 양궁 대표팀이 지난 1일 귀국했는데, 김제덕 선수만 홀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에서 백신 접종받은 사람은 해외에서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 출국한 경우에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다른 대표팀 선수들은 출국 2주 전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김제덕 선수만 접종이 늦어지면서 접종 완료 후 14일을 채우지 못한 채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에 귀국 시 면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대표팀 가운데 홀로 자가 격리를 하게 된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2차 접종 후 해외에 나가면 항체가 생기지 않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당초 접종 완료 2주 경과의 기준을 출국 시점으로 할지 입국 시점으로 할지 검토했다”며 “국내보다 해외가 감염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출국 전 2주를 채우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차 접종 후 곧장 출국하면 항체가 형성되기 전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경직된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국내에서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서 다시 입국할 경우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접종 완료자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받은 내국인과 국내 접종자 간 자가 격리 면제를 차별 적용한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김모(53)씨는 지난 6월 16일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고 지난달 초 입국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다시 접종받기로 결심했다. 국내 접종자는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할 때 별다른 신청 없이 자가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접종받은 사람은 다르다. 접종받았던 나라로 출국했다가 돌아올 때에만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 백신을 맞은 우리 국민이 미국에 갔다 올 때에는 면제가 되지만 독일·프랑스 등 다른 나라로 출국했다가 귀국할 경우엔 면제가 되지 않는다. 김씨는 “해외 접종 기록을 연동하지 않으니 나처럼 백신을 또 예약한 경우가 주변에 많다”며 “건강상 위험이 있진 않을지 불안하지만 자가 격리로 몇 주를 손해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맞으려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국내 접종자와 해외 접종자 간 격리 면제에 차이가 있고, 논란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국가 간 백신 여권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등하게 면제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백신을 정해진 횟수보다 더 맞아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