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가 주도하는 코로나 4차 유행 파고는 국내에서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치닫거나 입원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는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비율도 우리나라는 세계 100위권 밖이다. 접종률이 50%가 넘는 국가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낮은 접종률로 인해 “델타 변이 공세에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효과 미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델타 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동시에 백신을 맞으면 중증·사망으로 갈 확률은 10배 줄고 감염 전파 위험도 3배가량 감소한다고 밝혔다. 델타 변이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썬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접종자도 마스크를 쓰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4차 유행도 델타 변이가 주도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지난달 18~24일 코로나 확진자 2436명을 조사한 결과, 51%인 1242명이 델타 변이 감염이었다. 지난달 초 24% 수준에서 20여 일 만에 절반이 넘는 우세 변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한국의 1차 접종률은 37.4%로 세계 90위, 접종 완료율은 13.9%로 세계 10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접종 완료율은 세계 평균인 14.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너무 커 현재 접종률로는 유행을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11월 말까지 접종률 70%를 달성해 집단면역을 이루겠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률이 50%가 넘는 나라에서도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접종률 목표를 80% 이상 등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감염병 전문가도 “백신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점 등을 감안하면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객관적으로 목표를 재평가하고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백신 확보 서둘러야
내년도 백신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9일 “최근 추경으로 1조5237억원의 백신 구매비 등 3조608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1일 “추경으로 백신 구매비를 확보했다는 것 외에는 당장 발표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백신 도입 계획은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내년에 접종할 백신을 발 빠르게 선구매했는데 우리는 작년처럼 또 늦장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작년에도 국산 백신에 막연한 기대를 걸다 백신 확보가 늦었는데 올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변이용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고 효과와 공급 모두 안정적인 mRNA 백신을 중심으로 내년용 백신을 빨리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초 접종자에 대한 부스터샷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백신을 맞고 6개월이 지나면 항체 방어 효과가 줄어든다”며 “2월부터 접종받은 의료진과 요양병원 환자 등은 9월쯤 부스터샷(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와 고령층 등에 대한 부스터샷을 승인한 상태다.
◇중증 환자 324명, “의료 체계 과부하 올 수도”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신규 확진자는 1442명, 30일에는 1539명이 나왔다. 26일째 1000명대 확진자가 나왔다. 이 기간 중증 환자는 155명에서 324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금 추세면 조만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의료 체계 과부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에는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 3주가 됐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확진자 중 수도권 주민 비율은 지난주 중반 59~60%대로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66~68%로 증가했다. 델타 변이의 강한 전파력에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이 더해지면서 거리 두기 효과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