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방역 긴장감 해이였다. 올 2~3월 국제 항공편은 전년 동기 대비 93.2%가 줄었다. 사실상 외부에서 델타 변이가 들어오는 경로가 막혀 있는 셈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델타 변이는 작은 틈을 파고들어 급속히 확산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4차 대유행을 주도할지 모르는데 성급하게 거리 두기 완화를 추진했고 해외발 입국자 관리도 미흡했다.
◇안일했던 3개월... 초기 대응 안일
국내에서 첫 델타 변이 감염자가 나온 때는 4월 중순. 5월부터 각국에서 델타 유행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이전 유행했던 알파 변이보다 감염력이 1.6배 센 변이. 당시 정부는 “델타 변이 확진자 수가 적다”면서 강력 조치를 미뤘다. 그 결과 델타 변이 감염자 수는 13일 기준 790명이 됐다. 지난 4~10일 확인한 변이 사례 536건 중 델타 변이는 374건. 검출률이 69.8%로 압도적이다. 델타 변이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뒤에야 정부는 15일부터 외국에서 오는 우리 국민에게까지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입국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증상 감염자를 통해 이미 국내에 델타 변이 감염자가 소리 없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뒤늦은 조치였다. 질병관리청이 이날 “15일부터 각 시도에서 델타 변이 검사 수를 더 늘린다”고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좀 더 선제적으로 실행했어야 하는 대책이다.
◇백신 부족한데 델타는 확산
델타 변이가 퍼지는 게 필연적이라고 해도 백신 접종률이 높으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위중증·사망 위험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다수인 20~50대가 접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상반기 1400만명 1차 접종 목표 달성만으로 성급하게 거리 두기 완화를 추진했다.
향후 공급도 불투명하다. 상대적으로 델타 변이에 높은 효과를 보이는 화이자·모더나에 대한 각국 수요가 점점 커져, 7월 말에 모더나가 제때 들어올지 오리무중이다. 3분기 도입 백신 8000만회분 중 2000만회를 차지하는 노바백스는 승인 문제로 3분기 활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델타 변이 대응을 위해 AZ 접종 간격을 줄이자는 말도 나오지만, AZ 3분기 물량 역시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바이러스가 더 퍼지는 가을·겨울을 견디려면 백신 접종이 순조로워야 하는데 당장 맞힐 백신이 없다”고 했다. 한국이 접종률 30% 초반에 머무는 동안 ‘거북이 접종’으로 조롱당하던 일본은 어느새 29.7%까지 따라왔다.
◇중국 백신 논란에 방역 구멍
한국은 세계 최초로 중국 백신(시노백·시노팜) 접종 완료자가 입국하면 자가 격리를 면제해준 나라다. 그러나 중국 백신 효능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 해외에서 유입된 델타 변이 감염 사례(124건)는 인도네시아 70건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태국, 필리핀 등 중앙·동남·서남아 사례가 많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시노백 1호 접종을 받은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중국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다.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도 중국 백신 접종국에서 온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추정치긴 하지만, 미 워싱턴대 국제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최근 중국 백신이 델타 변이에 40%대 예방 효과만 보인다고 예측했다”며 “정부가 중국 백신 접종자 격리를 면제한 건 비과학적”이라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예방 효과가 현저히 낮은 중국 백신을 맞은 접종자들이 격리 없이 대한민국을 활보하게 되면서 우리 국민은 위험 속으로 내팽개쳐진다”며 “한국인은 (접종을 완료해도 중국에서) 격리되고, 중국인은 자유를 얻는 굴욕적인 조치이자 방역 주권을 포기하는 황당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