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을 맞은 뒤 중증(重症) 이상 반응이 나타났는데도 백신 탓인지 알 수 없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환자들에 대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을 결정했다. 접종 불안감에 따른 부담을 덜고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게 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그 대상이 극히 일부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0일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이에 준하는 질병이 생긴 환자들 가운데 ‘근거 자료 불충분’으로 피해 보상에서 제외됐던 경우엔 1인당 1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17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백신 이상 반응 의료비 지원 신설은 긍정적이지만, 그 대상이 너무 한정적이라 국민들 체감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만 혜택… 심사 대상의 4%

이번 의료비 지원 사업으로 수혜를 입는 대상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사지 마비가 온 40대 간호조무사가 대표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간호조무사 남편이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진다'더니 과연 국가가 있기는 한 것이냐”고 호소하며 알려졌던 경우다. 이 간호조무사는 백신 접종 후 ‘급성파종성 뇌척수염’ 증세가 나타났지만 지금까지는 백신과 인과성을 평가할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정부 진료비 지원 대상에선 빠졌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1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길이 열렸다. 다만 의료비 지원 범위는 백신 예방 접종 후 나타난 질환에 대한 진료비에 한정하며, 기존에 있던 기저질환 치료비나 간병비, 사망 시 장제비 등은 제외한다. 이전 접종자들도 소급 적용한다.

문제는 의료비 지원을 받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도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사이 인과성이 ①명백히 있거나 ②개연성이 상당하거나 ③다른 원인보다는 백신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면 보상금을 지급해왔다<그래픽 참조>. 이번에 새로 추가한 건 앞서 간호조무사처럼 근거 자료 불충분으로 보상에서 제외했던 ④-1 사례에 대해 진료비를 주겠다는 뜻이다. 백신으로 이상 반응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된 ④-2 , 명백히 다른 이유라고 생각될 ⑤번 경우는 지원금을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인과성이 인정(①②③)돼 보상받은 사례는 지금껏 2건뿐이고, 새로 ④-1에 해당해 보상받는 사례도 손에 꼽힐 정도다. 박영준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지금껏 5~11차 피해조사반 심의 대상 127건 가운데 5건이 ④-1(근거 자료 불충분)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심의 대상 중 3.9%만 구제받는 셈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엽제 피해 사례 지원의 경우 보훈처가 인과 관계를 폭넓게 인정해서 참전용사들에게 폭넓게 보상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는 ‘인과성 기준’과 ‘보상 기준’을 같이 가져가려고 하는데, 보상 기준을 더 넓혀 백신 접종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을 줄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루 1차 접종자 3명… ’백신 보릿고개' 심화

지난 주말엔 상반기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발생하는 ‘백신 보릿고개’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났다. 10일 0시 기준 신규 1차 접종자는 3명에 불과했다. 전주 일요일 1차 접종 건수(1561건)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다. ‘4월 300만명 1차 접종’을 밀어붙이다가, 1차 접종 분량이 부족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10일 0시 현재 국내 백신 잔여량은 아스트라제네카 24만3000회, 화이자 65만회 등 총 89만3000회분이다. 4월 말 하루 25만여명까지 접종했던 걸 고려하면 3~4일이면 바닥날 물량이다. 정은경 청장은 “(앞으로) 백신 물량이 많아지면, 일요일 등 주말 접종도 같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