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아테네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자가 검사 키트를 준비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23일 승인한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를 일부 지자체들이 ‘확진자 조기 발견’을 위해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7월 방학 전까지 8주 동안 기숙학교를 대상으로 자가검사 키트 도입 시범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4일 밝혔다. 비용은 서울시가 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청북도도 자가검사 키트 1만명분을 기증받아 “콜센터, 목욕장업 종사자, 119 응급 이송 환자 등 검사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자가검사 키트는 약국에 이어 7일부터는 일부 편의점에서도 판매된다.

◇영국·스위스·네덜란드 등 무료 지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자가검사 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가검사 키트는 유전자를 증폭시켜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PCR 방식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일단 검사 ‘문턱’을 낮춰 추가 감염 차단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검사해볼 수 있도록 무료로 자가 검사 키트를 배포하는 나라도 있다.

스위스는 매월 한 사람당 자가검사 키트 5개가 든 꾸러미를 약국을 통해 무료로 제공한다. 첫 배포 사흘 만에 50만개 넘게 배포됐다. 스위스에 사는 한 교민은 “사람 많은 곳을 다녀와서 (감염 여부를) 테스트하기에 좋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썼다. 오스트리아도 15세 이상 국민에게 매달 최대 5개 키트를 무료로 주고 있다. 오스트리아 보건부 장관은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되찾는 데 자가검사 키트가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26일부터 정부 부담으로 대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자가검사 키트를 배포하고 있다. 학교 현장 수업을 다시 허용하는 시점에 맞춰 감염 확산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수업 참석을 막는 건 아니지만 교육부 방침으로 대학들은 구성원에게 자가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영국도 학교와 보육시설 근무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회분 자가검사 키트를 준다. 체코는 10인 이상 근무하는 기업이나 관공서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자가검사 키트를 통한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도 동네 수퍼마켓과 마트에서 자가검사 키트를 팔고 있다.

‘음성 판정이 나온 사람들이 방역 조치를 무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각국 방역 당국은 부작용보다는 이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오판 위험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검사로 더 많은 감염 사례를 포착해, 감염자를 더 빨리 격리시킬 것”이라고 했다.

◇검사 키트 써보니…

4일 서울 서대문구 한 약국에서 자가검사 키트를 구매해 직접 검사해봤다. 1만6000원짜리 이 제품은 멸균 면봉과 추출액을 담는 플라스틱 튜브와 뚜껑, 테스트기가 각각 2개 들어 있는 2회분이다. 보통 면봉의 2배 길이의 멸균 면봉을 코 안쪽으로 1.5㎝에서 2㎝ 밀어 넣었다. 그 상태에서 5회 정도 동그란 원을 그리며 콧물을 묻혔다. 그 다음 테스트기에 콧물을 넣은 용액 3방울을 떨어뜨리고 15분을 기다렸다.

대조선과 시험선 두 줄이 나타나면 코로나 바이러스 항원이 발견되었다는 뜻이고, 대조선만 나타나는 경우는 항원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만약 대조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실험 결과는 무효다. 이날 기자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렇더라도 열·기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가 검사 키트는 정확도가 낮지만 지역사회에 방치되고 있는 감염자를 찾아낼 유일한 방법”이라며 “직장, 대학, 종교단체 등 감염 위험이 있는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검사하도록 정부가 보조금 등으로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자가 검사 키트는 검체의 바이러스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정확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PCR 검사가 어려운 지역이나 검사 역량이 부족한 곳 등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