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발표한 5·6월 접종 계획의 골자는 60~64세(1957~1961년생) 고령층도 아스트라제네카(AZ)를 6월부터 접종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 고위험군인 고령층 접종을 앞당겨 ‘감염 위험 및 치명률 감소’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AZ사와 계약한 5·6월 물량을 오는 14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모두 도입한다고 했다. 이 시기에 원래 들이기로 한 700만회분과 함께 23만회분을 추가 도입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터진 75세 이상 화이자 접종 공백, AZ 재고 부족 등 ‘5월 백신 공백’은 부인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05.03./뉴시스

강원 화천군 화천체육관에 마련된 접종센터. 이날 오후 직원 50여 명이 접종을 예약한 75세 이상 주민 270명을 맞아 분주히 움직였다. 이 센터는 4일부터 운영이 잠정 중단된다. 백신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지난달 28일부터 75세 이상 주민 2350명을 대상으로 화이자 접종을 시작했다. 오는 11일까지 1차 접종을, 1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2차 접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물량이 동나는 바람에 1070명만 1차 접종을 했고, 1280명의 1차 접종은 연기됐다. 화천군 관계자는 “접종받지 못한 분들의 항의가 상당하다”고 했다.

부산도 16개 구·군에 1곳씩 마련된 접종센터 가운데 서구·동구 등 7곳에서 이날 화이자 1차 접종이 중단됐다. 북구·남구·금정구 등 4곳은 2차 접종만 했고, 중구·강서구·사상구 등 3곳은 4일부터 1차 접종을 중단한다. 3일 현재 부산 접종센터에 남은 화이자 물량은 3만1000여회분이다. 그런데 이보다 5배 넘게 많은 16만여명이 아직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하지 못했다. AZ 백신도 넉넉한 게 아니다. 이날 현재 부산엔 1만8000여명분의 AZ 백신이 남아 있다. 시 관계자는 “오는 8일까지 1·2차 접종을 하고 나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4월 300만명 1차 접종 목표보다 10%를 더 달성했다”고 했다. 정부는 백신 재고량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목표 수치 달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가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 상당수가 여태 1차 접종도 하지 못하는 ‘5월 백신 가뭄’ 현상으로 나타났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접종자 수에 집착하지 말고 고위험군의 2차 완전 접종률을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부는 “애초 목표였던 ’1200만명'이 아닌 1300만명 이상이 상반기에 1차 접종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0~64세 400만명도 2분기 접종 대상에 포함했다. 문제는 5월 중순까지 물량이 거의 없어 6월에 고령층 접종이 몰린다는 것이다. 3일 기준 AZ는 35만회분, 화이자는 52만회분만 남았다. 75세 이상 349만3876명 중 화이자 1차 접종자는 136만3868명이다. 나머지 213만여명은 5월 셋째 주에야 1차 접종이 본격화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60~74세 접종은 5월 말~6월 초에나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을 조기에, 충분히 계약했다면 이런 현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