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중구는 8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먼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이후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접종 대상자를 고령자 우선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신현종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후 약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전 국민 대비 접종률은 3.1%(163만9490명)에 불과하다. 미국 등 백신 부국(富國)의 자국 우선 백신 공급 정책으로 하반기에 백신 물량이 제대로 들어올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 조기 확보’ 실책과 현재의 백신 수급 어려움에 대해 정부·여당이 솔직하게 인정해야 정부의 백신 수급·접종 계획 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당정(黨政)은 20일 ‘백신 제약사’와 ‘언론’ 등이 문제라고 몰아붙였다. 백신 수급난에 대해 사과 대신 남 탓만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 요구가 매우 무리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협상 계약 당사자 간 문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정부가 공개를 못해서 그렇지 공개된다면 그렇게 하면서까지 협상을 해야 했느냐고 야당과 언론 공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은 화이자 측에 웃돈을 주면서 내년·후년에 쓸 화이자 물량 9억명분에 대한 계약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브라질 등도 속속 화이자 구매를 늘리거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에 “가격을 너무 비싸게 부른다”는 이유로 화이자·모더나와 계약을 미루다 두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엔 “더 구매하라”는 화이자 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물량 확보를 못한 게 백신 회사들의 무리한 계약 조건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듣기에 따라 정부의 백신 수급 대응이 미숙하고 실패했다고 곡해될 수 있는 말씀”이라고 했다. 정 장관이 저조한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에 대한 야당 지적에 “저희도 상당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자 듣기 거북하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정 장관은 “외교적으로 백신 도입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했는가에 대한 제 반성의 말씀”이라고 물러섰다. 정부 전체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이날 국내 백신 공급 불안을 지적하는 여러 언론에 대해 “지나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하라”고 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일부 언론 쪽에서 공급이 차질 빚을 것이라고 하는 등 ‘만약’을 가장한 지나친 보도가 나온다고 본다”며 “이런 보도를 계속하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발(發) 얀센 혈전 파동으로 화이자·모더나에 대한 미국 포함 각국의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는 이미 국민 전체가 접종하고도 남는 물량(7900만명분)을 확보했다”며 “한국은 다양한 백신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하반기 백신 공급 물량에 대해 뚜렷하게 밝힌 것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노바백스 1000만명분(6~9월) 하나다. 백신 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부는 “믿어달라” “추측성 보도를 하지 말라”고만 하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 대행이 전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3600만 도스(회분)를 3600만명에게 접종해야 한다”고 했다가, 이날 방역 당국이 “홍 직무대행 말씀은 11월이 아닌 9월로 해야 말이 맞는다”고 정정하는 일도 있었다. 홍 직무대행 발언을 두고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3분기 일반 국민의 2차 접종 완료에서 1차 접종으로 수정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발언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9일 코로나 관련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다가, 3차 대유행 국면에 직면하자 사흘 뒤 “실로 방역 비상 상황”이라고 했다. “백신을 정치화하지 말라”던 청와대는 작년 말 “문 대통령이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를 해 2분기부터 모더나 2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깜짝 뉴스’를 냈다. 그러나 아직 이 백신이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정부·여당이 지금 할 일은 백신 수급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