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0명대로 집계된 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4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닷새째 500명대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자 ‘K방역의 허술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이 유행 상황을 제때에 정확하게 분석해 경고음을 사전에 충분히 내지 못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실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효과 좋은 백신은 제대로 확보 못한 상태에서 1년 넘게 ‘거리 두기'만 강조하는 바람에 국민의 피로감과 방역 저항이 커진 것이 위기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2주만 더”…'양치기 방역'만 되풀이

지난 3차 대유행 이후 방역 당국은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1일 확진자 규모를 200명대 아래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확진자 수는 줄곧 300명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급기야 최근 일주일(3월 28일~ 4월 3일)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504명으로 500명대를 돌파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5일부터는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식당·카페 등 일부 시설 외에는 음식 섭취가 일절 금지되고 방문자 전원에 대한 출입명부 작성도 의무화된다.

정부는 그동안 ‘앞으로 2주가 고비’라는 말을 반복하며 국민들에게 방역 협조를 당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양치기 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국민의 피로와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말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제 ‘2주만 더’라는 표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국민에게 (방역 능력 등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솔직하게 제시하고 일관된 의사소통을 해야 방역 협조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약발 떨어지는 ‘K방역'

확진자가 쏟아지는 와중에 진단 검사에만 매달리는 ‘검사 만능주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3차 대유행이 고조되자 “선제 검사로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 격리하겠다”며 수도권과 일부 지자체에 임시 선별 검사소를 대거 설치했다. 일명 ‘3T(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ment)’ 전략으로 확진자를 격리해 감염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현재까지 전국에 112개 임시 선별 검사소를 설치해 362만 여건 검사가 이뤄졌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닷새째 500명대를 기록한 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5일 연속 확진자가 500명 이상 발생한 것은‘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1월 12~17일(6일 연속) 이후 77일 만이다. /뉴시스

하지만 임시 선별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찾아내는 비율은 0.1~0.2%에 그쳤다. 매일 2만~3만건씩 수개월간 검사했지만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은 최근 4주간 22.3%→26.7%→27.1%→28.3%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정부는 검사 확대를 위해 전문가들이 정확성이 떨어져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는 자가진단키트를 확대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이른 바 ‘K방역'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광범위하게 퍼진 지금은 코로나 사태 초기와 달리 조기 검사-추적-격리 전략이 먹혀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방역 방식은 그물을 펴놓고 물고기가 제 발로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처럼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진단 검사만 무조건 확대할 게 아니라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큰 젊은 층이나 특정 지역 등을 대상으로 한 ‘타깃팅 검사’ 등을 도입해야 숨은 집단 감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

4일 0시까지 국내 인구 5170만5905명 중 96만2083명(1.86%)에 대해서만 1차 접종이 이뤄졌다. 지난 2월 26일부터 하루 평균 2만6000명꼴이다. 이 속도라면 모든 국민 접종에 1952일, 5년 넘게 걸린다. 지금은 백신이 부족해 4차 대유행을 막을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방역 대책의 수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령 코로나 감염 위험이 없는 야외 공공장소는 대거 개방해 야외 활동은 권장하되 실내 시설 방역은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는 무엇보다 백신 물량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