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코로나 백신을 만든 미국 존슨앤드존슨(J&J)사가 최근 우리 정부에 50만명분 미만을 2분기(4~6월)에 공급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J&J가 미국 내 얀센 공급도 빠듯해, 애초 2분기에 50만명분보다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가 50만명분 미만만 우선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J&J는 최근 우리 정부에 이같이 알려오면서 “대신 3분기부터 물량을 다수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2~4분기 얀센 백신 총 600만명분을 순차적으로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정부는 J&J 측에 “애초 계약보다 적은 물량 공급은 계약 위반”이라며 “애초 계약한 물량대로 공급해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J&J는 “얀센 백신을 4월이 아닌 5월부터 공급하겠다”는 통보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주부터 3차례 자문 회의를 거쳐 조만간 이 백신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식약처가 승인해도 정작 2분기에 우리 국민이 맞을 얀센 백신은 당초 정부가 예정한 것보다 부족해지는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는 세계 각국에 비해 늦은 편이다. 25일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횟수는 1.44회로 세계 140여국 중 105위 수준이다. 세계 평균(6.27회)보다 적다. 얀센 백신 공급이 늦춰질 경우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지며 집단면역 달성 시점도 늦춰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J&J의 통보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일 “5월 말까지 미국의 모든 성인이 충분히 접종받을 수 있는 백신(6억회 접종분)을 공급할 것”이라고 한 것이 주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당초 목표 시점인 ‘7월 말’에서 2개월 앞당기면서 J&J가 우리나라 등 해외에 얀센 물량을 제때 공급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주요국의 인구 100명당 코로나 백신 접종 횟수

5월부터 2000만명분이 순차 도입될 예정인 미국 모더나 백신도 2분기 물량이 적다고 한다. 모더나는 애초 3분기 공급을 제안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말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를 한 끝에 5·6월 일부 물량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모더나도 미국의 ‘5월까지 6억회분’ 공급 목표 때문에 우리나라 공급이 더 빠듯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백신 확보 경쟁의 불똥이 우리나라에도 튀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확보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처럼 각국이 ‘자국민 우선’ 백신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자국 생산 아스트라제네카의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다음 달부터 ’45세 이상 전 국민’으로 접종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연합(EU)은 23일 백신 접종률이 높거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나라엔 백신 수출을 제한하는 ‘백신 수출 허가제’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 수출에 소극적이다”라며 영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백신 접종이 느린 아시아가 경제 회복 기회를 낭비하다’란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WSJ는 “초기 방역에 성공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백신 출시 후 집단면역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했다. 집단면역이 늦어질수록 국경 통제나 거리 두기 조치 완화가 어려워져, 집단면역을 먼저 달성한 나라보다 훨씬 큰 경제적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WSJ는 한국을 두고 “경제적 어려움(economic pitfalls)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국의 실제 민간 소비는 2019년 말에서 작년 말 사이 6.5% 감소했다. 미국(3.4%)보다 나쁜 수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