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1호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가 마련된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에서 10일 오후 접종 모의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개소한 이 예방접종센터는 약 1개월 동안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백신이 확보되는 대로 소방, 경찰, 보건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2021.03.10. 뉴시스

이르면 올 4월부터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 백신들이 5월로 공급 일정이 늦춰지면서 4월 ‘백신 보릿고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분기(4~6월) 9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을 한 얀센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먼저 공급해야 하는 물량이 있어 한국에는 4월이 아닌 5월부터 공급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공급 예정 물량은 총 600만명분이다. 노바백스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긴 하지만 백신 생산 관련 자재나 기술 이전 등 준비 작업에 시간이 걸려 일러야 5월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모더나는 5월 도입이 확정된 상태다. 4~5월 도입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코백스 물량) 백신 70만5000명분이 4월에 들어올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아스트라제네카사와 개별 계약한 물량 중 300만명분가량이 2분기에 들어오지만 이 역시 5월 도입 예정이다.

정부는 치명률 감소 등을 목표로 4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층(850만명) 백신 접종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맞힐 백신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화이자와 백신 수십만명분을 4월에 도입하는 방안을 협상했고, 확정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협상이 무산될 경우, 3월 접종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4만5000명분을 쪼개 일단 4월 ‘백신 보릿고개'를 넘긴다는 대비책도 세웠다. 아스트라제네카가 2회 접종 백신이란 점을 감안, 2차 접종 예정인 백신들을 1차 접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일단 2차 접종분을 미리 당겨 써 백신 부족을 해소하고, 시간을 번 다음 다시 최대한 추가 계약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층 중 사망 위험이 더 높은 75세 이상이나 80세 이상 고령자를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접종 대상자를 좁혀 물량 부족에 대비하겠다는 자구책이다.

한국형 백신 개발, 범정부 차원 지원

정부가 화이자나 모더나에서 만드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국내 업체도 개발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이른바 ‘한국형 화이자 백신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 내에 ‘범정부 mRNA 백신 사업단’을 만들어 국내 백신 개발 업체에 연구에서 사용 허가 단계까지 각종 예산과 실무 지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작년부터 mRNA 백신을 개발하는 중소 백신 업체 E사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사는 2000년부터 여러 백신을 개발해왔다. 이미 정부와 E사는 수차례 회의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E사가 개발 중인 mRNA 백신은 동물 실험인 비임상 단계에 있다. 정부는 이 단계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통해 예산·실무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단계에선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등이 지원한다. 해외 특허와 다른 기술로 국내 mRNA 백신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 회피’ 전략에 대한 실무 지원은 특허청이 중심이 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도 mRNA 백신 관련 지원을 하게 된다.

코로나 검사받는 외국인 근로자들 - 10일 오전 경북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경북도는 7일 외국인 근로자를 5인 이상 고용한 사업장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뉴시스

정부는 대기업과 E사를 연결, 협력·개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기술력이 있지만 규모가 작았던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미국 화이자와 협력해 백신을 개발하고, 미국 모더나가 미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백신을 개발한 것처럼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예산은 2627억원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비임상 지원 예산 74억원과 임상 지원 예산 687억원 중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해 돈이 많이 드는 대규모 3상 단계 땐 1조원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대한민국 펀드로 예산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모더나로 대표되는 mRNA 백신은 코로나 사태 때 처음 상용화한 신기술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든 바이러스의 유전자 명령(mRNA)을 몸속에 넣어 이에 대항하는 면역 능력을 만든다. 통상 10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10개월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방 효과도 좋고, 변이 바이러스용 백신 개발도 쉽다. 정부 관계자는 “E사 외에 mRNA 백신 개발 성과를 보이는 다른 회사들이 나오면 역시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