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진들까지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질병관리청이 뒤늦게 대응하고 나섰다. 특히 “열이 너무 심해 해열제를 여러 번 먹었다”는 체험담이 자주 등장하자 이를 설명하고 나선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접종 후 어느 정도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를 복용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접종 전에 먹으면 면역력를 떨어뜨릴 수 있어 피하라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증세가 있다면 용법에 따라 해열제를 정량 섭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레놀은 8시간 간격으로 2알씩 복용이 원칙”이라면서 “하루 6알 이상 먹지 말라”고 덧붙였다. 약을 먹은 후에도 계속 열이 나면 복용량을 늘리지 말고 응급실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보건 당국이 미리 이 같은 후속 조치에 대해 백신 접종 전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는 대목에 대해선 비판도 있다.

현재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후 7일까지 열흘간 31만6865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우리보다 9일 앞서 시작한 일본이 물량 부족으로 4만명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순조로운 상황이다. 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의심해 신고한 사례는 3915건. 10만명당 1236건 수준이다. 미국(95건), 영국(331건), 프랑스(184건), 독일(115건)에 비해 많은 편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일상생활 힘들면 해열제 먹는 게 좋아

현재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부작용은 발열 증상이다. 질병청이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체온이 높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면 해열제를 먹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발열이 38.5도 미만이면서 시작된 지 24시간 이내라면 굳이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권고안을 냈다. 무분별한 해열제 복용은 항체 형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추천하는 해열제는 타이레놀.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은 타이레놀이 없는 경우에만 복용하는 게 좋다. 타이레놀은 진통·해열제 역할만 하지만,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은 소염제까지 겸하기 때문에 항체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아직 과학적으로 이부프로펜 등이 항체 형성률을 떨어트린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면서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가급적 타이레놀을 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접종 날 고열 나면 다른 날 맞아야

백신 접종 시 가장 중요한 건 ‘건강 상태가 좋을 때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37.5도 이상 발열이 있으면 접종을 미루라고 권고한다. 발열 없이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꼈어도 접종을 미루는 게 좋다. 독감 등 다른 백신과 접종 간격은 최소 14일 이상 되어야 한다. 코로나 항체 치료를 받은 사람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간섭 효과를 피하기 위해 치료 종료 후 최소 90일 동안은 접종을 피해야 한다.

백신은 어깨의 둥그스름한 부분을 이루는 ‘삼각근’ 부위에 맞아야 한다. 백신은 근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된다. 주삿바늘이 삼각근 아래쪽으로 들어갈 경우 신경이나 혈관을 건드려 염증과 통증을 키울 수 있다. 소매를 걷어 삼각근을 노출하기 힘들면 상의를 조금 풀거나 벗어 접종하는 게 좋다. 의료진은 피부와 수직으로 바늘을 찔러 넣어야 한다. 바늘이 충분히 들어가야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여성 체중 90㎏, 남성 체중 118㎏ 넘는 비만인 경우 38㎜ 길이 주삿바늘로 접종해야 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아이스팩으로 접종 부위를 눌러주면 통증 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통·메스꺼움 등 심하면 병원 가야

부작용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갑자기 두드러기가 나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다. 지금까지 33건 신고됐다. 정재훈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는 대부분 접종 직후 발현되기 때문에 최소 30분 관찰실에 머무르며 이상 징후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접종 당일에는 과도한 운동이나 음주, 사우나는 피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드물게 접종 몇 시간 후 발생하기도 한다. 얼굴이 붓거나 호흡곤란, 실신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을 찾는 게 좋다. 아나필락시스는 가정에서는 복용할 수 없는 ‘에피네프린’ 약물을 제때 투여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 일단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질병청은 두통·근육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방해를 받고 하루 이상 진통제를 반복 복용할 정도로 통증이 지속되면 의료기관 방문을 권한다. 메스꺼움과 구토가 하루 3회 이상 지속되거나 어지럼증·입마름·복통과 탈수 증상을 동반해도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접종 후 최소한 3일 정도까진 이상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질병청은 접종 후 7일까진 이상 반응을 살펴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