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새치기’ 사태가 종종 발생해 문제가 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 시작 때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경기 동두천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방역 당국은 “조사를 벌인 뒤 감염병예방법·형법 등의 위반으로 확인될 경우 형사 고소·고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동두천시는 해당 요양병원에 대해 백신 접종 위탁 계약을 해지했고, 해당 요양병원에 배부, 접종하고 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부 회수했다고 3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6일 65세 미만 요양병원 환자·종사자 등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 동두천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새치기 접종이 있었다고 한다. 접종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한 여성이 가로질러 가더니 먼저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요양병원 재단 이사장 동생의 부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이 여성이 병원 사외이사여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10년 전 사외이사를 그만둔 것이 알려지자 “곧 재단 감사로 등재할 예정이라 미리 접종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실이라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백신 접종 순서는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과학과 사실에 근거해 정해진 사회적 약속”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사회적 신뢰를 저버리고 갈등을 야기하는 이러한 행위를 정부는 묵과할 수 없다”며 “방역 당국은 사실 관계를 소상히 밝히고, 가능한 모든 제재수단을 검토해 엄정 조치해 달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해당 요양병원 쪽에서 지금 이런 불법 사례를 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요양병원에 대한 백신에 대한 위탁계약 해지부터 시작해서 형사고발까지 전반적으로 강력한 제재수단을 정부 내에서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동두천 새치기 접종 관련 “언론 보도된 내용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며 “형사 고소·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관할 보건소에는 해당 요양병원과 체결한 예방접종업무 위탁 계약 해지, 해당 병원에 보관 중인 잔여 백신(3병) 회수 등의 행정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동두천시는 방역 당국 지시에 따라 이날 위탁 계약 해지 등 행정 조치를 완료했다.
이런 일은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은 할레 시장과 시의원 10명이 백신 새치기를 한 것이 문제가 돼 직무 정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독일은 접종 새치기에 대해 최대 3300만원이 넘는 벌금 부과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남미 일부 국가는 백신 새치기 스캔들로 국민이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한 언론인이 “자신이 순서보다 먼저 접종했다”며 “보건 장관이 친구라서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해 논란이 됐다. 이 일로 아르헨티나 보건 장관은 경질됐다. 이후 70여명의 정부 고위 인사들이 새치기 접종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페루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층들의 새치기 접종 스캔들이 나와 페루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에콰도르도 새치기 접종 관련 논란이 일어 보건 장관이 사퇴했다. 일본에선 일부 기업인들이 일본 정부가 허가하지 않은 중국 백신을 반입해 접종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