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담 병원 등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일선 의료진에게 최우선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는 게 정부의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화이자 백신 접종 시기를 아직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백신 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공급받기로 한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의 도입 시기가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화이자 백신이 설 연휴 전인 2월 초·중순에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코백스 측이 2월 말에서 3월 초로 공급 일정을 알려왔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월 중순이 됐는데도 이달 중 공급 여부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5일 “코백스 측과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국제기구(코백스)가 많은 국가들과 동시에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계속 공급 시기나 행정 절차가 지연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이 달리다 보니 어느 나라든 백신 공급 일자를 확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1분기 백신 공급을 아스트라제네카사와 코백스 두 곳에만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들이 개별 제약사를 통한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코백스 물량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 성격으로 준비한 것과는 다르다.
화이자 백신 도입 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요양병원 의료진 등이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보다 먼저 접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될 요양병원 종사자가 ‘1호 접종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편 코로나 환자를 직접 치료하지 않더라도 종합병원 등 고위험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인 35만4000명에 대한 접종은 다음 달 8일 시작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중증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 한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 119구급대원, 역학조사요원 등 코로나 1차 대응요원 7만8000명에 대해서도 다음 달 2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