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코로나 백신과 중국산 백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생산이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접종이 지지부진하자 당초 고려하지 않던 러시아 백신까지 도입 대상에 넣은 것이다.
7일 미 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럽경제지역(EU/EEA) 회원국에 배분된 백신 물량은 약 1287만7000회분. EU가 각 제약사에서 선구매한 백신 14억500만회분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규모다. EU를 탈퇴한 영국 접종률은 18%에 이르지만 독일은 3.8%, 프랑스는 3.2% 등 EU 주요 국가 접종률은 저조하다. 이에 대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4일 백신 대량생산이 예상보다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실수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러시아·중국 제조사들이 모든 자료를 제출해 투명성을 보이면 다른 백신처럼 조건부 판매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일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백신이라면 (어떤 백신이든) 항상 환영해왔다”며 “러시아산 백신에 대해 좋은 자료를 접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중국산 백신은 선진국과 백신 도입 경쟁에서 뒤처진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하나둘 도입되고 있다. 미얀마는 지난 6일 러시아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고, 이란은 이번 주부터 러시아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아직 러시아 백신 도입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러시아 백신은 질병청에서 현재 도입 계약 논의를 전혀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백신 추가 구매는 노바백스 등과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