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코로나 사태에서 하루 최다 사망자가 쏟아졌다. 코로나 대유행→고령 확진자 폭증→병상 부족→대기 중 처치 부실→사망자 증가라는 ‘죽음의 사이클’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하루 코로나 사망자(28일 기준)는 40명으로 직전 최고인 24명을 크게 초과했다. 이달 들어 사망자(365명)만 올 한 해 전체 사망자(859명)의 42%를 넘는다.

특히 감염에 가장 취약한 요양병원 고령자들이 치명타를 맞고 있다. 사망자 중 70%가량이 요양병원에서 나왔다. 정부는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환자뿐만 아니라 접촉한 의료진, 간병인 등을 모두 병원에 가두는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사실상 ‘감염 온실'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 치료 병상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음성 판정을 받은 요양병원 의료진, 환자까지 감염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진자 가운데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의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중인 효플러스 요양병원이 적막감을 주고 있다. 18일 부천시와 부천시보건소 등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휴플러스 요양병원 사망자는 70대 2명, 80대 2명 등 모두 4명으로 파악됐다./뉴시스

29일 코호트 격리 중인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누적 확진자는 166명으로, 이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의 70%는 중환자용 별도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졌다. 격리 환자 가운데 31명(입소자 21명, 감염 의료진 10명)은 현재도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과 치료 시설이 미흡한 요양 시설에서 입소자와 의료진이 모조리 감염될 수 있어 밀집된 코호트 격리 조치는 위험하다. 감염 환자를 중환자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히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이날 “역학조사반을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에 긴급 파견하고 의료진도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다.

집단격리했더니 집단확진·집단사망… 요양병원의 악몽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입원해 있는 전국 요양병원들이 ‘죽어서야 빠져나올 수 있는 코로나 감옥’으로 변해가고 있다. 28일 하루 코로나 사망자 40명 가운데 28명이 요양병원 환자다. 요양병원은 노인 환자를 돌보는 데 치중하지만 치료 역량은 일반 병원보다 훨씬 떨어진다. 적절한 치료를 못 받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 코로나 환자보다 훨씬 큰 곳이 요양병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요양병원이 의료 기관이라는 이유로 병원 내 환자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전국 요양병원 1500곳 가운데 지금까지 몇 곳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는지, 코로나로 숨진 환자는 몇 명인지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창 밖으로 손 흔드는 요양병원 간호사 - 코호트(cohort·동일 집단) 격리를 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에서 29일 한 간호사가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이 병원에서 최근 코로나 집단감염 사례가 발견되면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아비규환 현장 된 요양병원

29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달 6일부터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울산 남구 양지 요양병원에서만 지금까지 확진자가 243명 발생했다. 서울 구로구 미소들 요양병원은 175명,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 요양병원은 166명이 확진됐다.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충북 청주시 참사랑노인요양원 등에서도 100명 안팎 확진자가 나왔다. 28일 0시 기준 전국에서 요양병원 환자 1451명이 코로나에 걸린 상태다.

확진자의 병세가 악화하면 감염병 전담 병원의 중환자 병상으로 옮겨 치료하겠다는 게 보건 당국의 방침이지만, 최근 코로나 3차 확산으로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확진자가 요양병원에 그대로 머물면서 음성 판정자에게 감염이 확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요양병원들은 혼란과 충격에 빠져 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의료진은 “병원이 평소에는 상상도 못한 아비규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청소 업체 사람들이 병원 내 폐기물 처리를 거부해 며칠 동안 복도에 쓰레기들이 가득 쌓이고,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나도 코로나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의료진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요양원 집단 감염 주요 사례

서울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몇몇 격리병원에서는 코호트 격리되기 전 출근하지 않았던 일부 의료진이 병원에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어 의료진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들을 출근하라고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 중 일부는 ‘확진자들과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다’며 전원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의료진에 항의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부천 요양병원 한 곳에서만 2주간 38명 사망

확진자가 늘면서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28일 코로나로 사망한 40명 중 70%인 28명은 요양병원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달 들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총 333명인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안에서만 전체의 16.5%인 55명이 사망했다. 요양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다른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까지 감안하면 요양병원 관련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은 지난 11일 요양보호사 6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아 코호트 격리된 후 지금까지 사망자 38명이 쏟아져 나왔다. 이 병원에 코로나에 감염된 80대 노모가 거주 중인 A씨는 “어머니의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의료진과의 하루 전화 한 통이 전부여서 답답한 심정”이라며 “어머니를 전담 병원으로 하루빨리 옮겨야 하는데 방역 당국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코호트 격리 조치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체적으로 확진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장비·인력이 부족한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는 사실상 병원 내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날 “요양병원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우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환자 재배치나 외부 의료 인력 투입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3월 청도 대남병원에서 이 같은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요양병원에서의 대규모 감염을 방지해야한다고 몇 번이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며 “요양병원에 계신 분은 기저질환 취약자들인데 이들을 집단 격리해 놓고 병상을 내주지 않는 것은 바이러스를 배양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