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임원 등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동문들의 친목 골프 모임을 매개로 31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야외 스포츠인 골프 모임에서 번진 집단감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8월 울산의 한 골프장, 지난달 경기 가평의 골프장에서 각각 26명, 4명의 집단감염이 있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7일 “동절기에 각종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며 “(모임을 하더라도) 거리 유지가 어려운 실외에서 마스크를 늘 착용해달라”고 했다.
◇최고경영자 과정 골프서 무더기 확진
27일 질병관리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 17일 경기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 모임을 가진 서울의 한 사립대 인문학 분야 최고경영자 과정 수강생 동문 80명 가운데 16명이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24~25일 확진판정을 받은 우리은행 임원 5명 가운데 2명, KB국민은행 임원 1명도 이 과정 동문으로 골프 모임에 참석한 게 확인됐다. 나머지 우리은행 임원 3명은 골프 모임 참석자의 접촉자로 진단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이 나왔다. 이 3명을 포함해 직장 동료와 가족 등 15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이 골프 모임 관련 확진자는 모두 31명이다.
최고경영자 과정은 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의 6개월 단위 비(非)학위 과정이다. 수강생들은 야간·주말 수업과 별개로 골프나 식사 등 친목 행사를 갖는다. 이 과정은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논어’와 ‘충무공 이순신의 솔선 리더십’ 등을 배우는 동양학 분야 최고경영자 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 16명 중 한 명은 18일에도 지인 7명과 또 다른 골프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모임에서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질병관리청은 전했다.
방역 당국은 골프 라운딩 이후 식사를 같이 하다 감염이 확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27일 “골프를 친 후 20명이 골프장 바깥 식당에서 식사했고 이 가운데 16명이 확진됐다”고 했다. 다만 골프 경기가 열리는 필드나 카트, 샤워 시설 그리고 골프 모임 이틀 뒤에 있었던 또 다른 식사 모임 등에서 감염이 번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외 체육시설인 골프장이나 식당은 거리 두기 1단계는 물론, 2단계에서도 이용 금지 대상 시설은 아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등에선 “코로나 대유행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 인사들이 아쉬운 행태를 보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단계 후 수도권 확진자 23% 늘어
서울 관악구 한 수영장에서도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수영장 회원 9명과 가족 8명 등 17명이 확진되는 등 실내 체육 시설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도 확산하고 있다. 보육 시설이나 장애인 복지 시설, 요양 시설 등의 감염 확산세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선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보육교사 4명과 원생 2명 등 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26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88명으로 집계됐다.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조정된 지난 12일 이후 보름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89.5명이다. 2단계 거리 두기 막바지인 직전 보름간(72.9명)에 비해 22.8%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하루 평균 확진자는 45.3명에서 55.9명으로 23.4% 늘었다. ‘전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 50명 미만’이 방역 당국의 거리 두기 1단계 조건인데, 1단계 조정 이후 수도권에서만 5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코로나 국내 발생의 70~80%가 인구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코로나 유행이 폭발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