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이 우리나라의 저출산 기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 이후 출산율 반등이 이뤄지려면 공동체 신뢰를 유지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에 적응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5일 보건복지부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저출산 분야 정책 제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코로나19와 저출산 영향’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 교수는 “재난 상황이 출산율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칠 수 있지만 코로나의 경우 후자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학계에서는 위기 상황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으로 크게 ▲대체이론 ▲격리와 봉쇄 이론 ▲공동체 영향 이론 등을 제시한다. 대체이론은 2004년 인도에서 쓰나미가 발생한 이후, 혹은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테러 이후 출산율이 높아진 사례처럼 사망자가 급증하면 이를 대체하기 위해 출산율이 오른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쓰나미나 테러의 경우 특정 시점에 매우 짧게 일어나지만 코로나는 수 개월~수년간 지속되고, 확진자 수에 비해 사망자수가 적으며 대부분 고령층이라는 차이가 있다”며 “대체 이론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격리와 봉쇄 이론은 미국에서 허리케인으로 도시가 봉쇄되면 사람들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출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 이론에서도 허리케인의 강도가 커지면 오히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며, 코로나의 경우 허리케인과 달리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로 인한 악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영향 이론은 위기 상황을 겪고 나면 공동체의 유대감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오른다는 이론이다. 최 교수는 “아직 코로나가 진행상황이고 어떻게 끝날 지 알수 없어 공동체 영향 역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반면 부정적 영향은 매우 강력하게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위기 상황에 출산이나 혼인을 연기하는 ‘템포 효과(Tempo Eeffect)’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만약 이러한 연기가 수 개월 수준이 아닌 1~3년 정도로 장기화되면 항구적 포기로 이어지는 ‘퀀텀 효과(Quantum Eeffect)’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젊은 층 사이에서 낯선 사람과의 관계 단절이 나타나면서 혼인 전 단계의 인간관계 형성이 어려워진 것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코로나 종식 이후 출산율이 반등하는 것”이라고 했다. 충분한 반등이 이뤄지기 위해 그가 제시한 조건은 대량 실업 등 심각한 경제 위기가 일어나거나, 갑작스럽게 사망자나 확진자가 늘면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는 일 등을 최대한 방지해 공동체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나는 일부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출산율 반등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재택 근무 등을 통해 일과 가정을 분리하던 기존 체제와 달리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질서)’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반등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의 주요 내용은 코로나 유행이 우리 사회의 저출산 기조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며, 이후 반등을 노리려면 공동체 신뢰 유지와 일과 가정 양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복지부에선 “코로나 이후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엉뚱한 해석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 고득영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로 출산율이 낮아지다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한다”며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그게 우리 공동체 긍정적 평가에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다면 출산율이 반등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이 연구 용역의 시사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