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추석 당일인 지난 1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추석 포스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등장한 포스터에 복지부는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강립·강도태 차관이 등장한 보건복지부의 ‘추석 포스터’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장·차관을 등장시켜 “코로나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사흘 연속 공식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 “세금으로 왜 장·차관을 홍보하냐”는 비난이 나왔다. 같은 기간 일반 국민을 등장시킨 유튜브 영상 등을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 방역 수칙을 당부한 질병관리청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오전 9시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 양복 차림의 박능후 장관이 정자세로 서 있는 포스터를 올렸다. 보름달 배경의 포스터에는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추석을 보내실 수 있도록 쉼 없이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고, 포스터 우측 상단에는 보건복지부 로고가 적혀 있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강도태 2차관이 등장한 같은 내용의 포스터를 공식 블로그에 게시했다. 강 차관이 나온 포스터에는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가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추석 포스터.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포스터에 등장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추석 연휴를 맞아 코로나 확산 가능성이 있다. 가급적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안전한 집에 머물러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박 장관과 강 차관 포스터 어디에도 이처럼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내용은 없었다. 다만 지난달 30일 블로그에 게시된 김강립 1차관의 포스터에 “이번 추석 명절에는 집 안에서 머물며 충분한 쉼의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강립 1차관이 등장한 보건복지부의 지난달 30일 '추석 포스터' /보건복지부 네이버 블로그 캡쳐

이처럼 복지부가 코로나 방역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홍보 포스터를 사흘 연속 게시한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박 장관 포스터를 놓고는 “세금을 들여 장관의 치적을 홍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 장관의 포스터가 게시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한 네티즌은 “내가 낸 세금이 이런 거 만드라고 내는 거 아닌데 진짜 뭐하는 건지”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짜 기괴한 포스터다, 세금 안 썼기만 바란다”고 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이 있는데 왜 장차관이 나서느냐”는 지적과 함께 “질본(질병청)은 이런 거 안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이번 추석 연휴에 정은경 청장이나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등이 등장하는 포스터를 공식 채널에 게시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29일 공식 페이스북에 ‘추석 연휴, 기억해야 할 세 가지’라는 포스터를 올렸다. 포스터는 “첫 번째, 가족, 친지, 친구와 모임을 최소화하고 따뜻한 마음만 전달해 주세요. 두 번째, 고향에 방문하셨다면, 어르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살펴주시고, 마스크 착용·손씻기 등 방역수칙을 지켜주세요. 세 번째, 여행지에 가셨다면 한적한 야외활동이 안전하며, 1m 거리 두기가 안 된다면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 주세요. 추석 연휴, 쉼이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복지부가 지난 2일 박 장관 얼굴이 나오는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올림’이라고 적은 반면, 질병관리청의 게시물에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중(中)"이라는 출처만 표시돼 있었다. 세 가지 당부 사항은 실제로 지난달 29일 권준욱 원장(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때 한 말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9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한 추석 포스터. 추석 연휴 때 국민들이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장이 같은 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언급한 내용이지만, 권 원장 사진이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질병관리청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0일에는 ‘이번 추석 영상통화로 마음을 전하세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지난 1일에는 ‘추석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진짜 속마음 – 안 오는 게 할아비 바람이란다’는 또다른 유튜브 영상을 각각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영상에는 일반 시민이 등장했다.

질병관리청이 추석 당일인 지난 1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유튜브 영상과 함께 올린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