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과정에서 상온(常溫) 노출이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이 1362명으로 늘었다고 질병관리청이 30일 밝혔다. 전날 발표한 873명에서 하루 만에 489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질병청은 지난 21일 밤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돌연 중단하면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백신을 맞은 사람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실태 조사 과정에서 접종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0.9.23/연합뉴스

질병청에 따르면 28일 기준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정부 조달 물량의 독감 백신 접종 사례는 강원,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에서 확인됐다. 전북이 32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225명, 인천 213명, 경북 148명, 부산 109명, 충남 74명, 서울 70명, 세종 51명, 대구 46명, 광주 40명, 전남 31명, 대전 10명, 경남 10명, 제주 8명, 충북 1명 순이다.

접종 날짜에 따른 분류로는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 시작 전인 21일까지 접종한 경우가 868건(63.7%), 사업 중단 고지일인 22일 접종한 사례가 315건(23.1%)로 총 86.8%를 차지했다. 즉 나머지 179건은 정부가 접종 중단을 고지한 이후에 이뤄졌다는 뜻이다. 질병청은 “21일까지 접종한 경우와 23일 이후 접종한 경우는 사업 기간 전 접종을 실시하거나 총량 구매를 통해 현물 공급된 백신을 사업 이외에 사용하는 등 국가 예방접종 사업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이며, 22일 접종은 사업 중단을 인지하지 못하고 접종한 사례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5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인플루엔자 백신 수급 관련 상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주요 접종 사례로는 인천 지역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난 25일 정부 조달 물량 백신을 입원환자 총 233명 중 122명에게 접종한 사실이 확인됐다. 단 해당 병원에 공급된 백신은 신성약품의 컨소시움 참여 업체인 디엘팜이 공급한 별도 백신이며, 백신 입출고 및 운송 등 전 과정에서 적정 온도인 2~8도가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병원 접종자 중에선 86세 여성과 88세 여성, 91세 여성 등 총 3명이 사망했으나, 질병청은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 반응 사례 검토 및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 보다는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기관에서 접종한 다른 환자들에게서는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모니터링을 계속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인플루엔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초유의 사태로 백신 무료 접종이 중단된 가운데 25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을 찾은 한 내원객이 유료로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