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국민들 혈액에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10일 오후 2시 10분 발표하기로 했다가 발표 10분 전 돌연 이를 연기했다. 10일까지 입, 코 등에서 분비물을 채취해 분석하는 진단 검사로 확진된 사람은 2만1743명이다. 그런데 항체 조사는 이런 진단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진 않았지만,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해 코로나를 앓고 지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숨은 코로나 감염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오후 2시 질본은 “전문가 및 내외부 검토 의견을 취합 중으로 발표 일정을 토요일인 12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질본은 앞서 지난 8일 "대구·대전·세종 지역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에게 수집한 혈청 1440건에 대한 2차 항체 조사 결과를 10일 오후 2시 10분 정례 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질본은 지난 7월 9일 국내 첫 항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질본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혈청 1550건과 관악구·금천구 등 서울 서남권 5구 병원 외래 환자 혈청 1500건 등 혈청 3055건에 대한 항체 조사 결과 1건(0.03%)만 항체가 있다”고 했다. 신천지 교회발 대규모 집단감염이 나온 대구를 포함해 세종, 대전 등 3개 시도 주민 검사가 빠진 결과라 대표성 논란이 있었다. 이번 2차 조사는 이 3개 지역이 포함돼 실제 숨은 감염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질본이 발표 일정을 연기하고 새 발표 시점을 주말인 토요일로 밝히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1차 발표와 마찬가지로 항체가 나온 게 1~2건에 불과해 발표가 연기됐다”는 말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최근 코로나가 재확산되자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깜깜이 환자’ 비율이 12일 연속 20%대를 기록할 정도로 숨은 감염자가 전국적으로 누적돼 있다고 해왔다. 그런데 이런 설명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오자 발표를 미뤘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생각보다 항체 보유 비율이 높게 나온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질본은 1차 조사 결과 발표 땐 이틀 전에 기자단에 미리 자료를 배포했다. 한 예방의학 교수는 “질본이 직접 예고한 발표 일정을 청와대나 여당 등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연기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권준욱 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전문가들과 검토 회의를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참여자 수가 적었다”며 “조금 더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해 발표할 예정이며, (발표 연기가) 조사 결과 때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토요일 발표가 적절하지 않다”는 기자들 지적이 나오자 질본은 “월요일인 14일 항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