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 간 합의 전까지 의료계와 정부는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의료계는 전공의 등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무기한 파업과 의사 국가고시(국시) 보이콧 등 단체 행동을 벌였고, 정부는 이에 맞서 파업에 참가한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명분 삼아 전공의들을 고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양측의 ‘강(强) 대 강’ 대립은 지난 4일 의협과 정부·여당이 정책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동시에 의료계는 단체 행동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강경파 의사들과 의대 교수들이 합의를 단독으로 강행한 최대집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주장하고 나섰고, 6일에는 전공의 지도부들의 파업 중단 선언에 강경파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반발하면서 파업 중단 방침이 다시 철회되는 등 갈등의 불씨가 의료계 내부로 번진 양상이다. 결국 전공의 파업 중단 여부를 재논의하는 7일 전공의 전체 간담회의 결론에 따라 이번 사태의 향방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최대집 회장 비판한 전공의 대표들, 입장 바꿔 ‘파업 유보’ 결의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등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대표들은 지난 5일 오후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앞서 의협과 정부·여당 간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던 박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는 입장을 바꿔 양측 합의를 수용해 파업을 ‘잠정 유보’하고, 정부·여당의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단체 행동을 재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파업 중단을 제안한 것이다. 박 회장은 이 같은 방안이 부결되면 젊은 의사 비대위 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에 197명의 대표가 파업 중단 및 박 회장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박 회장 신임에 126표(64%), 불신임에 71표(36%)가 나오면서 파업 잠정 유보가 결의됐다. 이 과정에서 파업 중단에 반발하는 일부 전공의와 의사, 교수 등이 회의장에 난입해 몸싸움이 벌어지는 소동도 일어났다.
박 회장은 6일 오후 소셜미디어에서 “의협과 정부·여당의 합의 서명으로 지금의 단체 행동(파업)은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최대집 회장이 의료계에서 협상 전권을 위임받아 합의한 만큼 합의문 자체를 뒤집기 어렵고, 파업을 유지할 명분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강경파들 반발에 파업 중단 철회, 국시 보이콧도 계속
이 같은 파업 중단 움직임에 전공의, 의대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서 거듭 말을 바꾼 정부·여당을 믿을 수 없다”며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철회’가 명문화되지 않는 한 파업을 멈추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이대목동병원 전공의들은 자체 찬반 투표로 파업을 계속하기로 결의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대생 단체도 파업 중단 방침에 반발해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국시에 대한 보이콧을 유지하기로 이날 결의했다. 이날 자정으로 국시 응시 기한이 마감돼 추가 대책이 없는 한 의대 본과 4학년생이 대거 유급되는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반발에 박 회장은 결국 이날 오후 “7일까지 현장에는 복귀하지 말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며 “7일 전체 전공의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파업을 하루 더 계속하고 파업 중단 여부도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