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기안84(왼쪽)와 그를 찍는 마라토너 출신 촬영 감독./유튜브

사막을 질주하고, 북극 위를 달린다. 얼마 전 종영한 예능 ‘극한84’는 극한 환경에서 42.195㎞를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42)와 연예인 러너 1위 타이틀을 갖고 있는 배우 권화운(37) 등이 함께 극한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북극 얼음 위와 사막 모랫길을 달려 마라톤을 완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과 동시에 이런 질문을 자아낸다. “그런데 카메라 감독들은 어떻게 찍을까?”

러닝 열풍에 힘입어 ‘러너 출신 촬영 감독’들이 등장했다. 최근 달리기를 소재로 삼거나 비중 있게 다루는 방송, 유튜브 채널이 활발해지면서다. ‘극한84’ 외에도 ‘뛰어야 산다’ ‘무쇠소녀단’ 같은 방송 프로그램, ‘션과 함께’ ‘낭만러너 심진석’ 같은 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다.

권화운은 본업은 배우이지만, 풀코스 기록이 2시간 40분 51초인 상당한 실력의 마라토너다. 실제 방송에서 그린란드 ‘폴라 서클 마라톤’에 출전해 대회 내내 순위권을 다투며 달렸다. 그린란드 마라톤은 극지방 특성상 주로에 차나 자전거 등이 진입할 수 없다. 그런 권화운을 촬영하기 위해 등장한 이가 개인 마라톤 기록 2시간 13분 07초의 실제 엘리트 선수 출신 마라토너다. 전국체전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기도 한 신광식 선수다. 그는 북극 마라톤 내내 카메라를 든 채 달리며 권화운을 놓치지 않고 찍었다. 신 선수 외에도 중장거리에서 엘리트 선수로 활약하다 마라톤으로 전향한 김은섭 선수 등 실력자가 방송 촬영 팀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 마라톤에 출전한 배우 권화운(왼쪽)을 엘리트 선수 출신 촬영 감독 신광식이 따라가고 있다. /유튜브

업계 관계자는 “예능이라 하더라도 마라톤 완주는 물론이고 기록까지 좋은 출연자가 많아진 데다, 시청자들도 실제 마라톤 경기를 보는 듯한 박진감 있는 화면을 원한다”며 “출연진이 달리는 모습을 찍으려면 기존 촬영 감독들을 뛰게 하는 것보단 마라토너를 섭외해 촬영 기술을 가르쳐주는 게 더 쉽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가수 션은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에 PD 채용 공고를 올리며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을 우선한다’고 썼다가 “지원율이 너무 저조하다”며 “달리기를 해야 한다고 쓴 게 저의 큰 잘못이었던 것 같다”고 공고를 수정하기도 했다. 당시 채용 공고 영상 아래엔 ‘마라톤 선수가 촬영과 편집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게 조건에 더 맞을 것 같다’ ‘조건: 심장 두 개’ 같은 농담 반 진담 반의 댓글들이 달렸다. 올해 3월 션이 도쿄마라톤에 참가했을 때는 마라톤 풀코스 기록이 2시간 43분 21초인 배우 고한민이 페이스메이커이자 촬영자로 함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