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첫 번째 사건. “이재명 대통령이 시켰습니까. 정청래 대표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습니까?” 작년 10월 2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에 의해 면직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수갑을 찬 채 영등포경찰서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이 거듭된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는데, 애초 경찰이 조사를 원했던 이유는 뭘까?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위원들이 이 전 위원장을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서였다. 그는 2024년 9월, 유튜브 채널과 자신의 SNS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하는 집단이다.”

민주당이 방통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자신을 탄핵시켰으니 이건 그 자체로 맞는 말이지만, 민주당은 이 발언이 국가공무원법 63조(품위유지 의무), 65조(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63조와 65조야 그렇다 쳐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대체 뭘까. 2024년 9월이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절반가량 남았을 때, 탄핵으로 이듬해 대선이 치러진다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을 텐데 이게 어떻게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가 될까? 그런데도 민주당 과방위 위원들은 고발 후 두 달 반이 지났을 때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봐주기 수사가 도를 넘어섰다”며 겁박했으니, 경찰로서는 수갑이라도 채울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11월 19일,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 전 위원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이제 검찰 차례. 정권으로부터 엄청난 시달림을 받는 와중이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냈다. 다시 경찰 차례. 4개월의 고민 끝에 경찰은 종전과 같은 결론으로 검찰에 보냈다. 또다시 검찰 차례. 궁금하다. 검찰은 과연 기소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사건.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인 2024년 11월 30일,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도권에서 진짜 잘하는 단체장들 많은데 서울 성동구 정원오 구청장은 내가 봐도 진짜 잘한다” “나도 한때 성남시장 할 때 잘한다는 소리 듣긴 했는데 그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당 대표는 공무원이 아닌 만큼, 이 발언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8일, 자신의 SNS에서 1년 전 발언을 리바이벌한다. “정원오 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듯…ㅋ”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성동구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92.9%의 만족도를 기록했다는 언론 보도를 함께 게시한다. 작년 12월이면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겼을 때, 게다가 정 전 구청장은 이미 서울시장 후보로 분류되고 있었다. 현행 공직선거법(9조)은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에,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좌파 언론은 “구정 만족도 등 공식 데이터 인용으로 행정 성과 강조 차원”이라며 위반이 아니라고 했고 선관위도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묻는 진보 매체 질의에 대해 “의례적인 행위”라며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후 ‘명심은 정원오’라는 기사가 쏟아졌고, 정 전 구청장은 서울시장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로 떠올랐다. 궁금하다. 만일 윤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면, 좌파 언론들은 뭐라고 했을까?

마지막 사례를 보자. 2024년 총선 당시 부산 수영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공천이 취소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다. 그런데 그는 자기 대신 수영구에서 공천을 받은 국힘 정연욱 후보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다. 선거 이틀 전 장 전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지지층이 가장 굳건하다. TV토론 이후 장예찬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쓴 대목이 문제라는 것. 당시 여론조사는 정연욱(33.8%), 민주당 유동철(33.5%), 장예찬(27.2%) 순서였지만, 장씨가 인용한 부분은 ‘응답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라는 항목이었다. 거기선 장예찬 85.7%로 정연욱 82.8%에 앞서고 있었기에, ‘지지층 당선가능성 1위’라고 쓴 것. 정 후보는 이게 여론조사 왜곡(공직선거법 96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해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자세히 보면 당선 가능성을 표기한 것임을 알 수 있어 왜곡까지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다. 대법원은 여론조사 왜곡 부분이 유죄라며 파기환송을 했는데, 장 전 최고위원은 파기환송심에서 150만원 벌금형을 받고 추후 5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 정 전 구청장이 최근 여론조사 왜곡으로 도마에 올랐다. 정 전 구청장과 당내 경선을 치렀던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정 전 구청장이 유포한 홍보물은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서 ‘모름’과 ‘무응답’ 층을 인위적으로 제외하고 가공함으로써 마치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과반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구청장은 “백분율 재환산이 활용된 것일 뿐, 선거법이 금지하는 ‘허위’ ‘왜곡’은 없다”고 해명하나, 여론조사 왜곡 사건 당사자였던 장 전 최고위원은 “실제 조사기관이 조사하지도 않은 수치를 만들었고, 백분율 환산이라고 작은 글자로 표기한 것도 저의 대법원 판례를 따르면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정 전 구청장을 공격했다. 국힘은 7일 정 전 구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법부는, 특히 대법원은 장 전 최고위원에게 그랬던 것처럼 정 전 구청장에게 100만원이 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공직선거법이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